▲ 김소정 기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에서 범죄자를 처벌할 때 그 부모와 형제는 물론 형제의 가족까지 한꺼번에 처형하거나 수용소로 보내는 연좌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 헌법 제13조 3항에서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금지하고 있는 연좌제로 인해 북한에서는 관리소로 불리는 정치범수용소의 수감자가 넘쳐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장성택, 현영철 등 고위급 간부일수록 처형될 경우 어린아이들까지 일가족이 모두 수용소로 보내지기 마련이다. 북한에서 최대의 숙청사건이자 장성택이 권력에 있을 때 주도한 ‘심화조 사건’으로 희생된 지방 간부의 경우 여동생과 아들 셋이 모두 관리소로 보내져 그곳에서 자살하거나 항의하다가 총살된 일도 있다.

이렇게 북한에서 연좌제는 사실상 무자비한 노동을 시키는 집단 관리소의 수감자를 채우는 데 필요한 제도이다. 관리소마다 농장이나 광산이 있어 수감자들은 옥수수밥과 소금만 들어간 시래기국으로 연명하면서 고된 노동을 하고 있다.

   
▲ 북한에서 범죄자를 처벌할 때 그 부모와 형제는 물론 형제의 가족까지 한꺼번에 처형하거나 수용소로 보내는 연좌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장성택, 현영철 등 고위급 간부일수록 처형될 경우 어린아이들까지 일가족이 모두 수용소로 보내지기 마련이다. 북한에서 최대의 숙청사건이자 장성택이 권력에 있을 때 주도한 ‘심화조 사건’으로 희생된 지방 간부의 경우 여동생과 아들 셋이 모두 관리소로 보내져 그곳에서 자살하거나 항의하다가 총살된 일도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총살된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좌)과 2013년 12월 처형된 장성택 전 행정부장./사진=연합뉴스
연좌제로 인해 일가족이 말살되다보니 권력을 쥔 간부의 경우 그 가족 친지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일가족이 모두 동원돼 사건을 조작해서 엉뚱한 희생자가 나오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권력에 가까울수록 부패가 만연할 수밖에 없는 만성적인 사회병폐가 연좌제로 인해 심화되는 이유이다.

지난 2005년 평양시 동대원구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진범이 2년반만에 잡혀 공개적으로 교수형으로 처형된 일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국장급 간부였던 범인의 형제들과 처음 사건을 잘못 처리한 판사와 검사까지 처형되거나 관리소로 보내지는 비극을 낳았다.

임신 7개월이던 동거녀를 토막내 살해한 범인이 체포되자 보위부 국장, 보안부 부국장, 중앙검찰소 검사로 있던 형들이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 무죄판결을 이끌어내고 동대원구 보안서장을 숙청시켰다.

이로 인해 보안서장은 물론 보안서 수사과 수사원과 예심원까지 출당되고 온 가족이 18호 관리소로 보내졌다고 한다.

하지만 6개월만에 진실이 밝혀진 것은 술에 취한 범인이 떠벌린 무용담이 빌미가 됐다. 임산부를 끔찍하게 살해하고 토막 내 내다버린 사건 자체가 주목을 많이 받았던 만큼 다행히 중앙검찰소에서 재수사가 이뤄졌다.

범인이 체포되고 사건을 은폐하는 데 가담한 친형들은 모두 처형됐고, 나머지 가족들은 18호 관리소로 보내졌다. 또 처음 사건을 잘못 판결한 판사와 검사까지 모두 출당당하고 숙청됐다.

하지만 이런 비극적인 사건을 처리하면서도 김정일은 진범과 그 일가족을 처형하기 위해 추운 겨울날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공개재판을 거치면서 ‘어버이 사랑’을 선전했다고 하니 끔찍한 살인사건마저도 김씨 일가의 통치수단으로 삼는 북한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