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룡 전 건국대 교수의 '주간조선' 글 반박…좌파 정서에 오염

   
▲ 이구진 정치평론가
대한민국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기회만 있으면 대한민국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적들을 변호하는 언설을 펼친다. 신복룡 전 건국대 교수가 《주간 조선》 2365호(2015년 7월 13일 발행)에 기고한 「박헌영의 비극적 삶 뒤에 두 여인과의 엇갈린 사랑이」란 제목의 글에서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이 조작된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사례의 하나이다.

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이란 조선공산당의 간부와 당원들이 1945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4개월 동안 조선정판사라는 인쇄소에서 위조지폐를 대량으로 인쇄하여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사건을 말한다. 공산당원들이 이런 범행을 자행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주한미군정의 경찰은 1946년 5월 관련자들을 체포하고 사건의 전모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당시 조선공산당은 큰 피해를 입었고, 공산당의 당수 박헌영에게는 체포령이 내려졌다. 박헌영은 체포를 피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위조지폐 인쇄에 직접 관련된 공산당 간부와 당원들은 9개월 동안 진행된 공개재판을 거쳐 중벌에 처해졌다.

   
▲ 남로당 옹호를 버젓이 하는 한국의 학계 분위기는 훗날 어떤 젊은 학자가 구 통진당 이석기 내란선동사건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이석기의 무죄를 관철하려는 피고 측 변호사와 좌경신문들의 주장을 근거로 제시하며 이석기 사건은 ‘이석기 혹은 통진당을 탄압하기 위해 정부가 조작한 사건’이라고 논술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사진=연합뉴스
신 교수의 주장이 허구에 가까운 이유

당시 재판은 공산당이 상투적인 법정투쟁을 통해 진행을 방해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와 피고 측 변호인들에게 모든 권리와 진술기회를 최대한 제공하는 등 공정하게 전개되었다.

이러한 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에 대해 신복룡 교수는 《주간 조선》에 게재된 글에서 “오늘날에는 조선정판사 사건은 조작이라는 것이 정설이 되어가고 있다. 공산주의자 탄압을 위해 사건 자체가 조작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일방적으로 밝혀 당혹감을 안겨줬다. 물론 자신의 서술을 밑받침하는 근거로 “그런 입장에서 쓴 임성옥의 박사학위 논문(한국외국어대학·2015)이 최근에 통과되었다”는 점을 제시했다.

필자는 임성옥의 박사학위 논문 「미군정기 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 연구」을 찾아 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봤다. 임성옥의 논문은 이러저러한 논거를 제시하면서, 이 사건은 ‘미군정이 조선공산당을 탄압하기 위해 조작한 사건’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점은 임성옥이 제시한 논거들 자체가 믿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시 재판과정에서 피고인 측과 좌익계열 신문들이 피고인들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주장했던 사항들을 복창한 것에 불과했다. 물론, 그러한 주장들은 당시 재판과정에서 검사들에 의해 충분히 반박되었고, 재판부 또한 그들의 주장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도 새삼 밝혀둔다.

임성옥이 조선정판사 사건의 피고들의 무죄 석방을 관철하려는 변호인들과 좌익계열 신문들의 주장을 근거로 ‘조선정판사 사건은 미군정이 공산당을 탄압하기 위해 조작한 사건’이라고 단정하고, 신 교수가 임씨의 논문을 근거로 “조선정판사 사건은 조작이라는 것이 정설이 되어가고 있다. 공산주의자 탄압을 위해 사건 자체가 조작되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라고 말한 것은 임씨와 신 교수가 조선정판사 사건과 관련된 공산당과 좌익계열 신문들의 주장을 그대로 대변한 셈이 된다.

남로당 옹호를 버젓이 하는 한국의 학계 분위기

이들의 행태는 훗날 어떤 젊은 학자가 구 통진당 이석기 내란선동사건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이석기의 무죄를 관철하려는 피고 측 변호사와 좌경신문들의 주장을 근거로 제시하며 이석기 사건은 ‘이석기 혹은 통진당을 탄압하기 위해 정부가 조작한 사건’이라고 논술하고, 나이 든 학자가 그 젊은 학자의 논문을 근거로 ‘이석기 사건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똑 같은 모양새가 아닐까?

필자가 아는 한, 조선정판사 사건이 조작된 것임을 입증하는 객관적 자료, 혹은 제3자의 입장에서 제시된 신뢰할만한 증거는 제시된 바 없다. 반면에 공산당이 조선정판사라는 고성능 인쇄소와 지폐인쇄 장비들을 가지고 있었으며 위조지폐 인쇄에 참여한 인사의 자백도 있었다. 그렇다면 조선정판사 사건은 조작된 사건이 결코 아닌 것이 확실하다.

기회에 조금 시야를 넓혀보자. 신복룡 전 건국대 교수는 은퇴했지만, 학계의 중진이다. 한국근현대사와 한국정치사상사를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건국대 중앙(상허)도서관장과 대학원장을 역임했고, 한국정치학회 학술상(2001· 2011)을 받았다. 그런 그가 쓴 주간조선 글은 무언가 지적 권위가 있다는 잘못된 느낌을 독자들에 줄 수 있다는 게 걱정스럽다.

오염되고 편향된 지식-정보의 악성 구조를 조심하라

이런 게 반복해 누적되면 근거없이 지식정보가 오염되고 잘못된 현대사 정보가 유통되는 결과를 빚는다. 현재 한국사회에는 무언가 비정상적이고 파괴적인 힘이 작동하면서 주류사회는 힘을 발휘 못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마저 흔들리곤 하는데, 그 배경에는 오염되고 편향된 지식-정보의 악성 구조가 있다.

우리가 익히 알지만, 좌파 패러다임의 지식과 정보는 오래 전부터 대학을 포함한 각급학교의 편제와 내용에 스며들었다. 아카데미즘의 영역으로 성큼 진입한 지 오래이며, 이제는 해당 분과 학문이나 중고교 교과목의 표준의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해 좌편향 역사교과서가 일선 학교에서 압도적 다수로 채택된 것이 상징적인데, 훨씬 이전 대학 아카데미즘이 좌파적 가치와 좌파적 이념으로 점령됐다는 것을 뜻한다.

2000년대 초반 지금 좌파의 지식권력-문화권력은 아카데미즘의 중심부로 성큼 진입했고 반대한민국과 친북한으로 옹호하는 구조적 힘으로 맹렬하게 작동중이다. 좌파의 도그마에 빠져있거나, 아니면 좌파정서에 오염된 그와 같은 아류 지식인들이 너무나 많고, 이미 이 사회 각 부문의 중견-중진으로 활동한다. 신 교수의 글이 이런 잘못된 구조를 강화하는 결과를 빚을까 더욱 걱정이다. /이구진 현대사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