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가 또 결승에서 일본을 무너뜨리고 아시안게임 3연속 금메달 신기원을 이뤘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7일 중국 항저우의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일본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에 이른 시간 선제골을 내줬지만 정우영이 동점골, 조영욱이 역전골을 터뜨려 짜릿한 승리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 한국 축구가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아시안게임 3연패에 성공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로써 한국은 2014 인천 대회,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아시안게임 3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아시안게임 사상 남자 축구 3연패는 한국이 최초다. 또한 한국은 총 6차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 최다 우승 기록도 늘렸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의 재판이었다. 결승에서 일본을 만난 것도, 스코어 2-1로 승리를 거둔 것도(2018년에는 연장전까지 치른 스코어) 같았다. 일본은 두 대회 연속 한국의 벽에 막혀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다.

사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국이 앞섰다. 한국대표팀은 연령 제한인 24세 이하 정예 멤버들로 구성됐고 백승호, 박진섭(이상 전북), 설영우(울산) 등 3명의 와일드카드도 합류시켰다. 반면 일본은 내년 파리 올림픽 대비 차원에서 22세 이하 올림픽대표팀을 출전시켰고 와일드카드를 한 명도 뽑지 않았다. 

다만, 일본은 조별예선을 2경기만 치러 한국보다 한 경기 덜 치르고 결승까지 올라왔다. 20일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7경기를 치르는 살인적인 강행군을 한 한국보다는 6경기만 하게 된 일본이 분명 유리했다. 또한 준결승에서 한국이 우즈베키스탄의 '더티 축구'에 고전하며 힘들게 2-1 승리를 거두느라 체력 소모가 많았지만, 일본은 약체 홍콩과 준결승을 치러 4-0으로 여유있게 이기며 힘을 비축할 수 있었다.

황선홍 감독은 조영욱 원톱에 이강인과 정우영, 고영준을 공격 2선에 배치했다. 백승호와 정호연이 중원에 포진하고 박규현, 이한범, 박진섭, 황재원으로 수비라인을 형성했다. 골문은 이광연)이 지켰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한국이 일본에 일격을 당했다. 전반 2분도 채 안돼 선제골을 얻어맞았다. 일본이 좌측 돌파에 이은 크로스로 문전혼전 상황을 만들었고 우치노 고타로가 골을 뽑아내 1-0으로 앞서갔다.

   
▲ 일본과 결승전에서 동점골을 넣는 등 대회 8골로 득점왕에 오른 정우영이 금메달 확정 후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은 반격에 나섰지만 일본의 강한 압박에 한동안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답답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중, 정교한 크로스 하나가 한국에 동점골을 안겼다. 황재원이 일본 진영 우측에서 문전으로 볼을 띄워보냈다. 일본 수비진을 넘겨 정우영의 머리로 배달됐고, 정우영이 정확한 헤더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정우영은 이번 대회 8번째 골을 넣으며 득점왕을 확정했다.

이후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몰아붙였다. 전반 30분 정우영의 크로스에 이은 조영욱의 헤더는 골키퍼 선방에 걸렸고, 이강인과 정우영의 슛이 이어졌다. 정확도가 떨어져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전반은 1-1 균형을 유지한 채 끝났다.

팽팽하던 균형을 깬 쪽은 한국이었다. 황재원이 페널티박스 안쪽에 있던 정우영에게 패스를 찔러넣었다. 정우영은 일본 수비가 달라붙어 슛을 때리지는 못했지만 몸싸움을 벌이며 버텨 볼을 빼앗기지 않고 옆에 있던 조영욱에게 흘려보냈다. 조영욱이 지체없이 차 넣어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 조영욱이 일본전에서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은 좋은 기회가 몇 차례 더 있었지만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강인의 강력한 프리킥 중거리슛이 골키퍼 선방에 걸리고, 교체 투입된 안재준과 엄원상이 때린 회심의 슈팅이 모두 빗나갔다. 

황선홍 감독은 적절한 타이밍에 선수 교체를 해가며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 유지에 신경을 썼다. 일본이 경기 막판 총공세에 나섰지만 한국 선수들이 영리하게 차단하며 결정적 기회를 내주지 않은 채 끝까지 리드를 지켜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금메달의 주인공은 대한민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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