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농해수위, 농가소득 통계자료 해석 놓고 고성 오가
소병훈 위원장 “질의 시간에는 말하지 말고 듣기만 해라”
정황근 장관 “국감은 국민의 시간... 틀린 사실은 고쳐야”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행정부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공개청문회인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무의원을 상대로 답변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1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농가소득을 비롯한 각종 통계 자료의 해석 문제가 불거지자, 소병훈 위원장(더불어민주당, 경기광주시갑)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향해 의원 질의시간 내에 답변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다.

이날 포화의 문은 이달곤 의원(국민의힘, 경남창원시진해구)이 먼저 열었다. 이 의원은 농가소득의 감소 추세를 지적하면서 “소득분위별로 따져보니 이전소득 없이는 생계가 어려운 수준이다. 두 번째 큰 지표로 자급률 역시 크게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거시지표가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 농업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비관했다. 

이어 “정부가 바뀐지 1년 반 정도인데, 정책연속성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추세를 바꿀만한 창의적인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이 의원이 근거로 제시한 도시와 농촌의 소득일 비교한 통계자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 장관은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농가소득 통계자료가 문제가 있다. 농촌지역은 도시지역과는 달리 고령화돼있다. 통계 모집단이 도시소득의 경우 60세 미만이 80%인 반면, 농가소득 모집단은 60세 이상이 90%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의원은 “식량안보는 왜 이렇게 떨어졌나. 이스라엘이나 싱가폴에 비해서도 식량안보가 떨어지고 있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정 장관은 “현 정부 들어와서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내년에는 48%로 회복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과 싱가폴은)우리나라와 통계 방법이 다르다. 그들은 수입능력까지도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앞으로 통계청하고 협의할 것이다. 통계상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단순 자료를 인용해 농업을 비관적으로만 보는 것은 우리 농업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진 오후 질의시간에는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완주군진안군무주군장수군)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안 의원이 “오늘 농가소득이 낮아지고 있다는 질의가 이어지고 있는데”라고 운을 떼자, 정 장관은 “계속 낮아진 건 아니고, 지난해 한 번만 낮아졌다”고 받아쳤다. 

안 의원은 “통계적으로 보면 20년 전부터 낮아지고 있다. 나중에 통계청에 확인해봐라”고 언성을 높이자, 정 장관은 “농가소득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 한 해만 3% 낮아진 거다. (국민들이)방송을 보고 계시니까 정확히 말씀해야죠. 틀리게 말씀하시면 제가 고쳐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개의치 않고 질의를 이어나간 안 의원이 “농업총소득이 2002년 1995만원에서 2022년에서 3460만원인데, 실제 농업소득은 1127만원에서 949만원으로 실제로 낮아졌다. 이렇게 통계로 나오는 거다. 통계를 부정하시면 안된다”고 말하자, 정 장관은 “의원님이 용어를 잘못 아시고 계신다. 이건 총매출액이지 농가소득이 아니다. 농가소득은 농업소득과 이전소득을 합친 것으로 지난해 떨어졌어도 4600만원 정도다”라고 지적했다. 

바로 이어 정 장관이 경영비 증가 원인에 대해 설명하려 들자, 안 의원은 “왜 통계갖고 시간을 낭비하냐,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하는건데 사실이 틀렸다고 하는 거냐. 20년 전과 지난해를 비교해볼 때 격차가 커지고 있고 농가경영적자 문제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장관은 “그럴 수밖에 없다. 옛날엔 삽 갖고 농사짓고 있는데 지금은 트렉트로 농사짓지 않냐. 경영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경영비와 소득은 정비례할 수 없다”고 말을 낚아 챘다.

   
▲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우측)과 한훈 농식품부 차관./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안 의원과 정 장관의 분위기가 날카로워지자, 소 위원장은 “시간이 5분밖에 안된다. 의원이 질의하면 그에 대한 답변만 짧게 하고, 필요하면 서면으로 대신해라. 여기(국감)는 장관의 시간이 아니고 의원의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 장관은 “(국감은)장관의 시간도, 의원의 시간도 아니다. 국민의 시간이다”라고 재차 받아쳤다. 소 위원장은 “저랑도 주고 받을 생각이냐. 국무의원들 이상하네. 여기 싸울려고 온 거에요. 답변시간을 주고 안주고는 의원장이 하는거다. 질의시간이 5분밖에 되지 않는다.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겠냐”라며 의원들의 편을 들었다.

이후 소 위원장은 “어떤 장관을 보면 자기 할 말만 하고 있다. 듣기 거북하다”, “의원 질의시간 뺏지 말아라”, “질의하는 시간 내에 말하지 말고 듣기만 해라” 등을 언급했다. 

지켜보고 있던 홍문표 의원(국민의힘, 충남홍성군예산군)이 소 위원장에게 장관 질의시간이 따로 있냐고 묻자, 소 위원장은 “질의시간 내에 답변해야 한다”고 답해 쓴웃음을 자아냈다. 홍 의원은 “국민이 보고 있는 생방송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질의 되고 있는데, 답변하지 말고 서면으로 하라는 것은 잘못된 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의 꽃’이라고 불린다. 국회의원이 1년에 한 번 전국민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이며, 정부 고위관료를 비롯한 국가기관에 대한감사와 감찰뿐만 아니라, 재계인사에게까지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때로는 많은 시간을 들여 조사한 자료내용을 근거로 새로운 문제점을 밝혀내며 유명세를 타기도 한다. 그러나 국정감사의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는 국가기관의 잘못된 행보를 바로잡아 국가 정책이 올바르게 나아가도록 하는 것으로, 국회의원의 시간도 장관의 시간도 아닌 국가의 시간, 즉 국민의 시간이 돼야 할 것이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