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산업재해 미보고 적발 건수 4146건·과태료 257억3400만원
2인 이상 사망사고 발생 업체 국가계약 관리 부실… '칸막이 행정' 지적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산업재해 발생 시 미신고 등 사업주 산재 은폐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관리·감독기관인 고용노동부 책임론이 도마에 올랐다. 사업주 산재 은폐가 사회에 만연함에 따라 재해근로자의 적절한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마포갑)이 고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산업재해 미보고 적발 건수는 4146건, 이로 인한 과태료는 257억3400만원에 달했다.

산재 발생에도 불구하고 신고하지 않은 사례는 △2019년 922건 △2020년 750건 △2021년 1283건 △2022년 853건 △2023년 8월 338건으로 매년 700건 이상이었다. 고용부가 건강보험공단과 합동 조사함에 따라 적발이 증가한 2021년을 제외하면 매년 비슷한 추이로 나타나며, 숨겨진 사고까지 더할 경우 전체 미보고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재 미신고로 부과받은 과태료는 최근 5년간 257억원이 넘는다. △2019년 59억4300만원 △2020년 48억2600만원 △2021년 74억6700만 원 △2022년 53억300만원, △2023년 8월까지 21억9500만원으로 매년 50억원 안팎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3일 이상 휴업이 필요한 부상을 입은 사람이 발생한 경우, 1개월 이내에 산업재해조사표를 작성해 신고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일각에서는 신고 방법이 어렵지 않은데도 산재 미신고와 은폐가 계속되는 건 고용부 부실한 관리‧감독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최근 '산재 사고 발생 시 언론‧SNS 누설 금지 각서'를 받아 논란됐던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에서도 사고 발생 한 달 만에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는 등 늑장 처리가 이어진 데 대해 사업주 공상 처리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는 등 제도 개선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웅래 의원은 "재해자 보호와 동종재해 재발 방지를 위한 고용부의 적극행정이 필요하다"며 "제대로 된 산재 관리‧감독을 위해 산재 발생 보고를 독려할 현실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5년간 2인 이상 사망사고를 낸 업체 국가계약 규모가 1조413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 부처 간 '칸막이 행정'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받은 조달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인 이상 산재 사망사고를 일으킨 사업체가 국가·공공기관 등과 계약한 금액 규모는 1조4132억원이다. 공사계약은 1조3378억원, 물품 계약은 753억원이었다.

현행 국가계약법 시행령에서는 안전 보건 조치 규정을 위반해 동시 2명 이상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국가계약 등에서 1∼2년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5년간 2인 이상 산재 사망이 발생한 업체가 실제로 부정당업자로 지정된 사례는 전무했다. 지난해 조달청이 두 차례 고용부에 '2인 이상 산업재해 사망 업체'에 대한 명단 제출 협조를 요청했지만, 고용부는 '발주기관을 파악할 수 없으며, 관련법 위반 여부는 법원 확정 판결 이후에 확정된다'는 이유로 부정당제재에 대한 일부 정보를 누락한 채 명단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장혜영 의원은 "사망자를 낸 업체들이 즉시 부정당업자로 지정돼 산재 발생 기업이 국가계약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고, 산재 주무 부처인 고용부와 국가계약 주무 부처인 조달청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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