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호(재선·경남 김해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를 뽑아준 시민들에게 용서받기 어려운 결정인 줄 알지만, 이 선택이 그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 마지막 양심이자 도리라는 생각을 했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태호(재선·경남 김해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3일 “초심이 사라졌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우리 경제의 어려움으로 인해 견디기 힘든 세월을 겪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저를 뽑아준 시민들에게 용서받기 어려운 결정인 줄 알지만, 이 선택이 그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 마지막 양심이자 도리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는 “최연소 군수, 도지사를 거치면서 몸에 배인 스타 의식과 조급증, 이런 조급증은 지나치게 많은 사람을 만나게 했고 반대로 몸과 마음은 시들어 갔다. 초심이 사라졌다”며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귀가 닫히고, 내 말만 하려하고, 판단력은 흐려지고, 언어가 과격해지고, 말은 국민을 위한다지만 그 생각의 깊이는 현저히 얕아졌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은 “철저히 제 자신부터 돌아보는 생각을 하고, 미래에 걸맞는 실력과 깊이를 갖췄을 때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김 최고위원이 돌연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은 당 안팎에서도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그 배경과 향후 정치 행보를 놓고 여러 의문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김 최고위원이 총선보다는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다. 작년 7.14 전당대회 때 3위를 차지할 만큼 김무성 지도부에서 비중이 있는 데다 아직 총선까지 8개월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김 최고위원의 지역구 사정도 결단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경남 ‘김해 을’은 노후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이 포함돼 있고,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위원장이 내년 총선에서 이 지역으로 출마할 예정이다.

김 최고위원은 경남도 의원), 거창군수, 경남도지사를 차례로 거쳐 여의도 중앙 정치무대로 진출한 재선 의원이다. 42세에 경남도지사에 당선돼 최연소 광역단체장의 기록도 갖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헌정사상 5번째 ‘40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차세대 지도자, 잠재적 대권후보로까지 부각됐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했다. 이후 2011년 4.27 김해 을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으로 재기했다.

이듬해인 2012년 4월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고,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3번째로 많은 표를 얻으면서 당 지도부에 입성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로서 김 최고위원은 최근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촉구 등 돌출행동으로 시선을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해 말에도 돌연 최고위원 사퇴 선언을 했다가 번복한 일이 있다. 따라서 PK(부산 경남) 주자로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그의 주변의 권고에 따라 김 최고위원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기자회견에서 “몸에 배인 스타의식과 조급증”을 거론한 것처럼 자성의 시간을 통해 정치적 역량을 키워서 화려하게 재기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이날 김 최고위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여당 내 고령·다선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압박을 높이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