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싱크탱크 RUSI 보고서엔 백악관 발표보다 운송 시점 빨라
“北, 옛 소련의 122㎜ 다연장로켓·122㎜ 곡사포 포탄 등 제조”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열기 한 달 전인 8월 중순부터 민간 선박 2척을 이용해 비밀리에 무기거래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17일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위성사진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국적 선박 앙가라호와 마리아호는 8월 중순부터 이달 14일까지 최소 5차례 북한의 나진항과 러시아 극동의 두나이를 왕복해서 운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최근 백악관이 밝힌 것보다 한 달 가량 더 빠른 시점부터 무기거래를 한 것으로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북러 간 군사물자 거래가 정기적이고 광범위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RUSI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국적 선박들은 북한으로부터 수백 개의 컨테이너를 러시아로 옮겼다. 화물 수송이 시작될 무렵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290㎞ 떨어진 러시아 서남부 티호레츠크 소재 탄약창고의 저장용 구덩이가 빠르게 확장됐다. 또 그 구덩이들은 최근 몇 주 동안 철도 차량이 도착하면서 탄약 상자로 채워졌다.

북한 나진에서 러시아 두나이로 이송된 컨테이너들의 색까과 크기가 일치했다. 앙가라호와 마리아호는 나진과 두나이를 오갈 땐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추적을 피했다고 한다.

   
▲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포착한 지난 8월부터 컨테이너를 싣고 북한과 러시아를 오가는 러시아 선박 모습./사진=RUSI 홈페이지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3일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이 컨테이너 1000개가 넘는 규모의 탄약 등 군사장비를 러시아에 제공했다”며 관련 위성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여기엔 9월 7일 나진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고 같은 달 12일 앙가라호가 두나이에 정박해 있으며 지난 1일 컨테이너를 실은 열차가 러시아 티호레츠크 탄약고에 도착한 모습이 찍혔다. 

백악관 발표 및 RUSI 보고서 내용을 볼 때 북한이 탄약 등 무기를 러시아로 운송하기 시작한 시점은 8월 중순으로 7월 25~27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 일정 이후이자 9월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 개최 이전이었다.

WP는 “이들 선박이 실어나른 컨테이너 내용물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사장비였음이 확실시 된다”고 전했으며, RUSI의 잭 와틀링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탄약 대량생산 능력을 갖췄고 비축량도 상당하다”면서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WP는 북한은 러시아 무기체계와 호환되는 포탄과 로켓 등 재래식 무기를 다량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옛 소련 시절 122㎜ 다연장 로켓과 122㎜ 곡사포 포탄 등 러시아가 전쟁에서 많이 사용했던 군수물자를 제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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