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클린스만호가 상대적 약체 베트남을 대파했다. 어차피 이길 경기여서 골 잔치를 벌이는 듯했고,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골 퍼레이드에 골고루 참여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26위)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랭킹 95위)과 A매치 평가전에서 6-0으로 이겼다. 김민재·황희찬·손흥민·이강인·정우영이 돌아가며 골 맛을 봤다.

   
▲ 손흥민이 한국의 네번째 골을 터뜨린 후 트에이드 마크인 찰칵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로써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한국대표팀은 8전 3승 3무 2패를 기록했다. 5경기를 치를 때까지는 한 번도 못 이기다가 지난 9월 영국에서 치른 사우디아라비아전 첫 승리(1-0)에 이어 13일 튀니지전(4-0)과 베트남전에서 3연승 행진을 벌였다.

또한 한국은 베트남과의 역대 상대 전적에서는 18승 5무 2패의 압도적 우위도 유지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베트남을 상대하면서도 정예 멤버들을 선발로 내새웠다. 사타구니 부상 여파로 튀니지전에 결장했던 손흥민을 비롯해 황희찬, 이강인, 조규성, 이재성, 박용우, 김민재, 이기제, 정승현, 설영우, 그리고 골키퍼 조현우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에상했던 대로 한국의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졌고 첫 골은 일찍 터져나왔다. 전반 4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강인이 문전으로 띄워준 볼을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김민재가 상대 수비를 완벽하게 따돌리고 점프 헤더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 김민재(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선제골을 넣은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후에도 한국은 황희찬이 좌측면, 이강인이 우측면을 헤집고 다니며 베트남 수비를 무너뜨리고 손흥민은 찬스만 있으면 슛을 때려 추가골을 노렸다. 이강인의 슛이 골대 맞고 나가고, 손흥민의 슛은 골키퍼 선방에 걸리는 등 두번째 골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베트남은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렸지만 이따금 빠른 역습을 시도하기도 했다. 골 결정력이 떨어져 좋은 기회를 엮고도 마무리를 하지는 못했다.

골이 터지지 않아 답답함이 생길 무렵, 황희찬이 해결사로 나섰다. 전반 26분 손흥민, 이재성을 거친 패스가 황희찬에게 연결됐다. 황희찬은 침착한 슛으로 골을 터뜨려 2-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 황희찬(가운데)이 멋진 골을 성공시킨 후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후에도 한국의 공세는 계속됐으나 골로 마무리가 되지 않아 전반은 다소 아쉬운 두 골 차로 끝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기제, 설영우, 정승현을 빼고 김진수, 김태환, 김영권을 투입했다. 김민재를 제외한 수비수 3명을 바꿔 출전 기회를 고루 주며 호흡을 맞춰보게 했다.

후반에도 한국의 우세와 일방적 공세는 계속됐다. 후반 6분 손흥민과 조규성이 골을 합작해냈다. 손흥민이 이재성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페널티박스 좌측으로 파고든 뒤 문전으로 패스를 찔러줬다, 쇄도해 들어간 조규성이 발을 갖다대기 직전, 조규성을 막으려던 베트남 수비 민 쫑의 발 맞은 볼이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자책골로 기록됐으나 사실상 손흥민의 어시스트에 이은 조규성의 골이나 마찬가지였다.

   
▲ 손흥민과 조규성이 상대 자책골을 유도한 후 이재성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좋은 골 기회를 많이 놓쳤던 손흥민이 기어이 골을 터뜨렸다. 후반 14분 황희찬과 환상적인 패스를 주고받은 뒤 수비 견제를 받으면서도 슛까지 이어가 한국의 네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수원월드컵경지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를 볼 수 있었다.

골을 넣은 직후, 손흥민이 베트남 선수 한 명을 퇴장까지 시켰다. 베트남 수비 호앙 비엣 안의 볼 처리를 잘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손흥민이 달려들어 볼을 가로챘다. 손흥민이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잡기 직전, 당황한 비엣 안이 반칙으로 저지했다. 고의적인 파울로 즉각 레드카드가 주어져 비엣 안은 퇴장 당했다. 페널티박스 정면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낸 손흥민이 직접 슛을 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후반 20분 이재성과 조규성이 빠지고 정우영과 황의조가 들어갔다. 후반 24분  황의조와 손흥민을 거친 볼이 이강인에게 갔다. 이강인은 몸 놀림 하나로 수비를 제친 뒤 왼발슛을 때려 골을 작렬시켰다. 튀니지전에서 2골을 넣으며 A매치 데뷔골을 신고했던 이강인은 두 경기 연속 골맛을 보며 5-0으로 점수 차를 더 벌려놓았다.

이후 황의조도 골 욕심을 내며 좋은 슛을 쐈지만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베트남은 흔치 않게 얻은 한국 진영에서의 프리킥 찬스에서 한 골 만회를 하는가 했다. 후반 27분 페널티박스에서 다소 떨어진 거리에서 쿠앗 반 깡이 왼발로 감아찬 슛이 오른쪽 골대를 강타했다. 조현우가 손을 쓸 수도 없었기에 조금만 안으로 향했다면 그대로 골이 될 수 있었다. 베트남은 아쉬움이 컸다.

실점 위기를 넘긴 한국은 후반 30분 마지막 교체 카드로 김민재를 빼 쉬게 해주고 김주성을 투입했다.

   
▲ 정우영이 쐐기골을 터뜨린 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후반 40분 한국이 한 골을 더 넣었다. 이강인의 스루패스를 받은 황의조가 지체없이 슛을 때렸다. 수비 맞고 굴절돼 왼쪽 골문 안으로 향하는 볼을 베트남 골키퍼 당 반 람이 간신히 쳐 냈으나 어느새 달려들어간 정우영이 가볍게 밀어넣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8골을 넣으며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주역으로 활약했던 정우영이 A매치에서도 골을 터뜨리며 골 감각을 과시했다. 한국의 마지막 6번째 골이었다.

두 경기에서 10골을 넣고 무실점으로 10월 A매치를 마무리한 한국은 이제 11월에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시작한다. 클린스만호는 11월 16일 싱가포르(홈), 22일 중국(원정)과 C조 조별리그 두 경기를 치른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