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손흥민(토트넘)은 한국 축구가 낳은 걸출한 스타다. 오랜 기간 국가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해오고 있으며, 소속팀 토트넘에서도 유럽 정상급(결국 세계 정상급) 실력을 뽐내고 있다. 현재 토트넘의 주장을 맡고 있으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경력에 이번 시즌도 EPL 득점 공동 2위로 맹활약하고 있다.

손흥민이 워낙 독보적이다보니, 손흥민이 언젠가 국가대표팀에서 물러날 때 그 이후의 한국 축구에 대헤 걱정하는 팬들이 많다.

한국축구대표팀 클린스만호가 10월 국내에서 열린 A매치 2연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13일 튀니지를 4-0으로 완파했고, 17일 베트남을 상대로는 6-0 대승을 거뒀다. 유럽이나 남미의 강팀들이 아니고 상대적으로 약체인 두 팀이어서 경기 결과나 스코어 자체는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2연전을 통해 한국 축구의 새로운 가능성과 '미래'를 봤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 이강인(왼쪽에서 두번째)이 베트남전에서 골을 넣자 손흥민, 황의조, 김민재 등 선배들이 몰려와 축하해주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일단, 튀니지전은 캡틴이자 에이스 손흥민 없이 치렀다. 손흥민은 최근 사타구니 근육 부상에 시달려 튀니지전에 결장했다. 손흥민이 빠지자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펄펄 날며 2골 활약을 펼쳤다. 손흥민 대신 주장 완장을 찼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무실점 철벽 수비를 이끌었을 뿐 아니라 멋진 헤더로 상대 자책골을 유도했다. 교체 투입된 황의조(노리치시티)는 마무리 쐐기골을 보탰다.

손흥민이 복귀한 베트남전은 한국이 얼마나 다양한 공격 옵션을 보유했는지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강인의 코너킥에 이은 김민재의 깔끔한 헤더 선제골, 이재성(마인츠)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울버햄튼)의 골, 손흥민과 조규성(미트윌란)이 합작해낸 상대 자책골, 황희찬의 어시스트에 의한 손흥민의 골, 손흥민의 어시스트에 의한 이강인의 골, 그리고 황의조가 때린 슛이 수비 맞고 굴절된 다음 골키퍼가 쳐내자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이 달려들어 집어넣은 마지막 골까지. 이 경기에서 손흥민과 황희찬, 이강인은 나란히 1골 1도움으로 존재감을 뿜아냈다.

2018년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러시아 월드컵을 전후로 대표팀의 주축은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황의조, 이재성(마인츠) 등 1992년생들이 주축이었다. 이들은 여전히 대표팀의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전후해 1996년생의 도약이 두드러졌다. 황희찬, 김민재, 황인범(즈베즈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공격과 수비, 중원에서 각자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다. 특히 김민재는 한국 수비수로는 처음 유럽 빅리그의 빅클럽에 입성하며 차원이 다른 수비력으로 클래스를 과시하고 있다.

   
▲ 이강인(왼쪽)과 손흥민이 베트남전에서 프리킥 준비를 하고 있다. 두 번의 비슷한 상황에서 이강인, 손흥민이 한 번씩 슛을 때렸다. /사진=더팩트 제공


이제 대표팀은 11월 시작되는 아시아 2차 예선을 시작으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내년초 열리는 아시안컵도 준비해야 하는 시기에 대표팀의 차세대 핵심 주자들이 쑥쑥 성장하고 있다. 이미 카타르 월드컵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조규성(1998년생), 항저우 아시안게임 득점왕에 오르며 금메달을 이끈 정우영(199년생), 그리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포텐을 터뜨리기 시작한 '막내형' 이강인(2001년생) 등이 있다.

튀니지전을 벤치에서 지켜본 후 손흥민은 "이제 제가 없어도 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농담처럼 한 얘기지만 그가 느낀 진심도 읽을 수 있었다. 김민재는 임시 주장으로서 리더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해냈으며, 이강인은 A매치 데뷔골을 멀티골로 신고했다.

손흥민이 나섰던 베트남전에서는 상징적인 장면도 여러번 연출됐다. 손흥민이 거의 도맡아왔던 코너킥에서 이강인이 키커로 김민재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 공동 2위 손흥민(6골)과 공동 4위 황희찬(5골)이 티키타카로 합작한 손흥민의 골, 손흥민의 이타적인 패스를 받은 이강인이 개인기로 넣은 골은 환상적이었다. 프리킥 찬스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이 서로 상의해가며 키커를 정하고 슛을 때리는 모습에서는 신구 에이스의 완벽한 조화를 엿볼 수 있었다.

   
▲ 황희찬(가운데)이 베트넘전에서 골을 터뜨린 후 더 높은 곳으로 향하겠다는 의미로 두 손을 번쩍 치켜드는 세리머니를 펼이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물론 손흥민은 앞으로도 한국 축구의 에이스일 것이다. 손흥민과 그 세대들이 대표팀에서 버티고 있는 동안 후배들이 더 성장해야 한다. 튀니지전과 베트남전은 한국대표팀이 지향해 나가야 할 점들을 시원한 골 퍼레이드와 함께 제대로 보여줬다. '포스트 손흥민 세대'에 대한 우려도 많이 없앴다. 이 또한 손흥민의 '선한 영향력'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다음 경기는 오는 11월 16일 열리는 싱가포르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1차전 홈경기, 11월 21일 열리는 중국과 2차전 원정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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