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R&D 예산, 올해比 20.5% 삭감… 지역특화작목 육성사업 80%↓
"편성된 예산안 효율적 집행에 더 집중" vs "정신 바짝 차려라"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이 내년도 농진청 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데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을 두고 여야 의원들이 강하게 질책했다.

   
▲ 농촌진흥청 로고./사진=농진청


18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진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농진청 R&D 예산이 대폭 삭감된 데 대해 공방이 오갔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예산 정부안에서 R&D 예산을 대폭 삭감했는데, 농진청 내년도 R&D 예산은 올해 대비 무려 20.5%, 금액으로는 1848억원 삭감됐다"며 "이 중 지역특화작목 육성사업의 경우 무려 80%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특화작목 육성사업은 R&D 관련 계속 사업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삭감 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의원은 "지역 R&D와 농업 R&D에 대한 유일한 국가 지원 사업이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평가에서 여러 차례 우수 등급을 받으면서 성과도 인정됐다는 점에서 정말 납득할 수 없고 충격적"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이번 삭감은 농업의 포기, 미래 포기, 지역 포기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안 의원이 농진청이 지난 8월 30일 발표한 지역특화작목 재편안에 대해 "올해 초부터 특과작목을 재편하겠다면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국비 지원이 안 되는 작목에 대해선 육성을 포기하는 거냐"고 묻자 조재호 청장은 "지역 차원에서 육성품목에 대해 계속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떠넘겼다.

같은 당 어기구 의원은 "농진청은 기재부 예산지침을 어기고 국정과제와 국정목표 액자, 텀블러 기념품을 시험연구비로 구입했다"면서 "매우 엉뚱한 항목에 시험연구비를 집행한 내역도 있는데, 지난해에만 2억 원에 달한다"며 모두 기재부 지침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조 청장이 "결산 심의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지적받아 지금 제도개선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해명하자, 어 의원은 "시험연구비 이런 것을 자꾸 갖다 쓰니까 R&D 예산이 다 깎인다"며 "정신 바짝 차리기 바란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위성곤 의원도 예산 문제를 지적했는데, 조 청장은 "저희 입장에선 편성된 정부 예산안을 어떤 식으로 효율적으로 잘 집행할 것인지에 더 집중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위 의원은 "청장의 그런 태도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대통령이 R&D 카르텔을 잡겠다는 등 아무 말 잔치하시는데 그것에 춤추지 마시고 중심 잡고 일하라"고 나무랐다.

여당 의원도 공세를 퍼부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정부 예산편성 기조가 R&D 예산을 지금까지와 같은 갈라먹기식으로는 안 된다는 방침인데, 농진청 때문에 이런 게 벌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전혀 속상해하거나 억울해할 필요 없고 증액시켜 달라고 국회에 요구하기 전 스스로 농진청에서 R&D 예산이 제대로 써지고 있는지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에 따르면 2017~2023년 농식품업체에 사업화 지원을 위한 612억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사업 성과는 투입 예산 대비 매우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예산 지원받은 56개 업체 중 17개 업체 매출액이 0원이었으며, 지난해에는 103개 업체 중 28개 업체가 매출 0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발생한 업체들도 3년간 총매출 10~30만 원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농진청이 관행적으로 집행해 오던 부분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그동안 과제 선정 절차 등이 너무 느슨했던 것은 아닌지, 사업성 평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등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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