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저점 대비 70배 상승…연기금도 사들여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증시 불확실성 증가로 투자심리가 최악으로 치달은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또 다시 ‘하한가’ 사태가 터져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2000원 아래였다가 지난달 5만4200원까지 상승한 영풍제지 주가는 전일인 지난 18일 돌연 하한가를 기록했다. 최대주주 대양금속까지 하한가를 찍은 상황에서 한국거래소는 두 종목의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여러 측면에서 지난 4월 ‘라덕연 사태’를 연상시키는 상황이라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응이 예상된다.

   
▲ 증시 불확실성 증가로 투자심리가 최악으로 치달은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 또 다시 ‘하한가’ 사태가 터져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1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증시에 또 다시 하한가 사태가 터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가 된 종목은 영풍제지와 대양금속이다. 두 종목은 지난 18일 개장 30분 시점에 이미 하한가로 직행한 상태였고, 마감까지 하한가가 유지됐다. 안 그래도 이스라엘 사태‧미국 국채금리 급등 등으로 뒤숭숭한 시장에 또 다시 석연찮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둘 중 먼저 시선이 가는 종목은 영풍제지다. 대양금속은 영풍제지의 최대주주로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일단 볼 수 있다. 영풍제지의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이제야 부각이 됐다는 게 새삼스러울 정도로 독특한 흐름을 나타내왔다. 정확히 1년 전이던 작년 10월을 기준으로 하면 이 당시 주가는 3000원 안팎이었다. 그러던 주가는 지난 9월8일 장중 최고가 5만4200원까지 폭등했다. 거의 18배가 오른 셈이다.

지난 3년 정도를 놓고 비교하면 저점 대비 70배 정도 폭등했다. 특히 올해 들어 지난 6월부터는 거래대금도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8월 이후로는 수천억의 거래대금이 매일매일 터지는 기현상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외인은 물론 연기금까지 매수세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9월 한 달 동안 ‘연기금 등’은 9월4일 하루를 제외하곤 계속 영풍제지 주식을 순매수했다.

시장은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여러 시각을 내놓고 있다.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비정상적으로 커진 영풍제지 시총이 코스피200 편입을 노린 것이었다는 관점이다. 그러다 누군가 물량을 던지면서 이번 사태가 터졌다는 것이다. 이 경우 지난 4월의 라덕연 사태와 유사한 속사정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당국이 더 일찍 이상 징후를 포착했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는 지난 7월26일 ‘특정계좌 매매관여’를 이유로 영풍제지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고, 8월3일에는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한바 있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조치 없이 거래가 재개됐고 결국 주가는 최고가를 경신한 뒤 이번 사태를 맞이했다.

영풍제지만 봐선 안 되고 최대주주인 대양금속과 연계해서 살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대양금속이 영풍제지를 인수한 것은 작년 6월인데, 당시 대양금속이 1300억원에 영풍제지를 인수한 점에 대해서도 여러 시각이 존재했다. 당초 영풍제지 인수가로는 2000억원 정도가 추정됐음에도 거기에 한참 못 미치는 인수가액이었다는 점, 언뜻 시너지를 내기 어려워 보이는 금속회사가 제지회사를 인수했다는 점 등이 그렇다.

대양금속의 최대주주는 대양홀딩스컴퍼니(구 블랙홀컴퍼니)로 지난 2020년 4월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대양금속을 인수했다. 최대주주(대표이사) 이옥순 씨와 아들 공선필 씨는 M&A 업계에선 잘 알려진 인물이다.

현재 시장의 초점은 당국이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로 수렴되고 있다. 이틀 전인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불법공매도 세력에 대한 ‘엄단’ 입장을 밝힌 이복현 원장은 라덕연 사태 여파가 한창이었던 지난 5월 “직(職)을 걸고 주가조작 세력과 전쟁을 하겠다”고도 밝힌 적이 있다.

그럼에도 또 다시 불거진 이번 사태에 당국은 강력한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영풍제지에 대해 “애초에 개인들은 쳐다보지도 말았어야 할 주식인데 당국의 경고 메시지가 너무 약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