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체제 비판 '나는 공산주의다' 등 왜곡·편향 도서 동심 오염

   
▲ 김소미 교육학 박사·용화여고 교사
부모라면 자식에게 불량식품을 먹일 수 있을까? 당연히 건강에 좋은 영양식을 먹이려고 애쓴다. 학교 교육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 교육 현장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역사 교과서뿐만 아니라 사회 교과서 그리고 EBS 방송 교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교재가 편향 일변도로 치닫고 있어 학생들의 영혼을 오염시키고 있다.

지난 7월 21일 정부·교육청 산하 전국 국공립도서관과 초중고 학교도서관 장서에 포함된 정부 추천도서의 왜곡·편향 문제를 다룬 국회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학교 내 왜곡·편향 도서의 비축 실상을 알리고자 찾은 이날 토론회에서 접한 내용은 가히 충격이었다.

지난 5월 북한의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이상적 민주주의로 찬양하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주아 독재 체제로 비하하는 내용을 담아 물의를 일으켰던 『나는 공산주의자다』라는 책이 학생들 곁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 것이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지난 5월 19일 시민단체 '청년지식인 포럼 Story K'(대표 이종철)가 기자회견을 열어 『나는 공산주의자다』라는 책이 추천된 사실을 폭로했다. 그러자 문화체육관광부와 경기도교육청이 적절성 재고를 요청하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그런데 특정 단체 소속 일부 사서 교사들이 ‘사상 탄압’ 또는 ‘정부의 검열’ 운운하며 반발에 나서자, 경기도 교육청은 당초 문제의 도서에 대한 시정 공문을 다시 철회했다. 소속 공무원이 반발한다는 이유로 시민 단체의 합법적인 이의 제기를 묵살한 것이다.

   
▲ ‘정부 ·교육청 산하 도서관 추천 도서의 왜곡 편향 문제,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가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강규형 명지대 교수의 사회로, 발제는 이종철 청년지식인포럼 Story K 대표, 토론은 조우석 문화평론가, 정경희 영산대 교수,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조형곤 푸른도서관운동본부 대표가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당시 ‘정부기관이 스토리K를 통한 문제 제기 형식으로 해당 도서를 좌편향 도서로 낙인찍고, 이를 받아 정부 기관이 압력을 행사해 해당 도서를 서가에서 뺐다’는 유언비어가 확산되었다. 하지만 정부나 교육부 측에선 이런 유언비어에 대해 어떤 해명조차 내놓지 않았다. 그러니 반론 보도가 있을 리 만무했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반하는 도서의 정체를 폭로한 시민 단체만 ‘불온도서를 지정하는 나쁜 단체’라는 누명을 쓰게 되었다. ‘무관심한 정부’, ‘정치적 일부 사서 교사’, ‘언론의 조작 보도’라는 삼각 담합이 낳은 참담한 결과물이었다.

이뿐일까? 교과 수업에서의 활용 목적으로 정치편향의 교사들이 세운 모 출판사의 책이 수십 권씩 대량 구매되기도 했다. 학교도서관에 지금까지 쌓여 온 장서만 해도 1억 5천만여 권, 그간 시민단체의 수많은 문제 제기로 인해 이들 도서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중요한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일부 도서에 대한 수거 조치만 취했을 뿐 결국 거짓·선동에 무릎을 꿇었다. 국가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도서 수십 종은 전국 학교도서관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교사 동행 아침 독서 운동, 독서 동아리 운영, 밤샘 책 읽기 운동, 다독상 시상, 독서 이력제, 독후감 공모전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학교 도서관은 이제 쉬는 시간 점심시간 할 것 없이 학생들로 북적거리는 인기 장소가 되었다. 허름했던 서고는 현대식으로 리모델링되었으며 다수의 학교는 인터넷을 통한 도서 대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독서는 교과 교육과 대학입시에서도 큰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독서문화 진흥이라는 구호 아래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은 결과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 마다 발표하는 ‘2013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한 해 평균 독서량은 32.3권에 달한다. 이는 미국, EU 등 선진국 학생들의 독서량을 추월한다. 독서대국으로 알려진 일본 학생들과 맞먹는 수준이며 성인의 3.5배에 달하는 방대한 독서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기 책은 간접 경험을 통해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도구이자 올바른 삶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통로다. 독서를 통해 역사, 정치, 경제 등 여러 사안과 관련한 정보를 얻는 한편 고전에 대한 다독은 정서적으로도 안정을 이끌어 인성을 바르게 한다. 이 때문에 독서 교육에 있어서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특히 전문적인 사서 교사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서 교사들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사실관계 왜곡 여부를 떠나 명백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 우려가 매우 크다. 더욱 충격이었던 것은 『나는 공산주의자다』에 대한 적절성 재고 요청 공문에 대한 반발로 이들이 야당의 국회의원실과 공동으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오는 9월 ‘금서읽기 주간’까지 선포했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회의에서는 독서문화진흥법과 도서관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왜곡·편향 도서의 문제가 정치판에까지 들어간 상황이다.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에 따르면 학교도서관에 갖추어야 하는 시설 및 자료의 구체적인 기준은 교육감이 정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교육감이 의지만 있다면 지난 10여 년 이상 축적된 왜곡 편향 도서들에 대한 사후검토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행태를 보면 그럴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선진국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이미 도입된 학교도서관을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와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다독을 강조해왔을 뿐 어떤 책을 읽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독서 문화 진흥’이라는 요란한 구호만 내세운 정부의 목적 불분명한 전시 행정과 학교도서관을 이념의 진지로 만들려는 일부 좌파 시민 단체의 투쟁의 합작품이 오늘의 독서 교육 현실이다.

   
▲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면서 북한체제를 왜곡·미화하는 만화책 『나는 공산주의자다』. 일부 사서 교사들의 반발로 경기도 교육청이 적절성 재고 요청 공문을 취소시켰다.
이렇다보니 외형적으로는 선진국에 전혀 뒤지지 않게 되었지만 실제 내용은 악서(惡書)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소개소로 전락한 것이 학교도서관의 실상이다. 학부모나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책이니 당연히 좋을 거’라 믿으며 활용하고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을 보면 모든 사람이 정부가 정한 규정대로 살아간다. 개인의 생각은 허락되지 않는다. 사회를 획일화하여 통치하는 데 개인의 생각이 방해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의적 생각을 불러일으킬 일기 쓰기나 독서 등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

오늘의 독서 교육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고 느낀다. 왜곡·편향으로 점철된 도서를 스펙 쌓기 식으로 접할 뿐 올바른 국가관이나 자유시장경제의 장점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양서는 마치 금서와 다름이 없을 정도로 보기 힘들어졌다.

가풍이 무너진 학교에서는 눈앞의 성적과 입시만이 전부가 된다. 학생들의 인성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사회적 갈등은 더욱 커져만 간다. 정부는 물론 교사와 학부모의 방관과 무관심이 가져온 결과다.

처음부터 없었던 가풍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세울 수 있다. 도서관 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밝혀진 자유시장경제와 건국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를 학생들이 접하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동시에 학부모들 역시 자녀들이 편향되지 않은 좋은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부모와 교사가 먼저 책을 읽고 좋은 책들이 자연스럽게 학교 도서관을 차지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간 쌓여 온 왜곡 편향 도서들은 폐기될 수 있다. 이제라도 부모의 마음으로서 학생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모두가 반성하자. 독을 먹어 왔던 학생들에게 검증된 영양식을 먹여야 할 때다. /김소미 교육학 박사·용화여자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