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국채금리 급등 겹쳐…증시 상황 '사면초가'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외 증시 상황이 ‘비상사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살아있는 가운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긴축이 더 필요하다’는 기조로 발언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더했다. 이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999%까지 상승했고, 30년 금리는 5%를 넘긴 5.109%까지 치솟았다. 외국계 증권사들 사이에선 한국 증시가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 국내외 증시 상황이 ‘비상사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 사이에선 한국 증시가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사진=김상문 기자


2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증시 부진이 저점을 낮추며 계속 깊어지고 있다. 지난 19일에도 하루에 2% 가까이 떨어진 코스피 지수는 이날도 1% 넘게 하락하며 결국 2400선을 내줬다. 코스피가 장중 24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3월 27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하락 종목 숫자는 총 812개로 현재 거래 중인 코스피 전체 종목(931개)의 87%였다.

코스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19일 3% 넘게 하락한 코스닥 지수는 이날도 1% 가까이 하락한 780선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장중 한때 760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그나마 오후 들어 낙폭이 조금은 회복된 모습이다.

표면적으로 국내증시 하락은 미 증시 하락의 영향으로 보인다. 국내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나스닥 지수가 최근 들어 크게 부진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나스닥은 지난밤에만 1% 가까이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선 장중 있었던 제롬 파월 미 연준(Fed) 의장의 연설이 매파적으로 해석된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4.999%까지 오르며 5%에 근접하는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역시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며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직접 방문하면서까지 진화에 나섰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허나 이러한 종합적인 상황을 감안해도 국내증시의 낙폭은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즉, 미 증시를 제외한 한국 고유의 상황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힌트는 지난 19일 있었던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나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과 금리인하와 관련해 “금리가 금방 조정돼 금융비용이 떨어질 것 같지 않다”고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실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0% 수준에서 계속 동결하고 있음에도 대출금리는 당분간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국내 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한국적’ 상황에 국내증시는 세계 어느 나라 증시보다 부진한 모습이다. 외국인들은 발걸음을 한국 증시 바깥으로 돌리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동 지역 불안에 더해 외국인이 대형주 중심으로 순매도하며 증시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계 씨티증권은 “한국 증시가 올해 상승분을 반납할 것”이라고까지 전망하면서 코스피가 작년 말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작년 연말 코스피 지수는 2236.40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아직도 최소 6% 정도의 낙폭이 더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셈이다.

그럼에도 다음 주부터 국내 증시 부진이 다소나마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SK증권은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 미국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오는 21일부터 블랙아웃(공개발언 금지) 기간이고, 관련된 리스크가 더 반영될 것은 크게 남아 있지는 않다”면서 “다음 주 목‧금요일 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과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발표 전까지는 시장이 잠깐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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