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 패배 후 혁신위로 반전 꾀하지만...구인난에 일주일 째 위원장 물색 중
"3개월 남짓 혁신위가 무슨 혁신을 하겠다는 건가"...당 안팎 혁신위 회의론
[미디어펜=이희연 기자]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 쇄신'을 들고 나온 김기현 2기 지도부가 혁신위원회(혁신위) 출범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내년 초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출범 전까지 3개월 남짓 혁신위가 당 쇄신을 이끌 수 있을 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혁신위는 당초 이번 주 출범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혁신위원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다음 주 초 쯤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위의 성공 여부에 따라 김기현 지도부의 운명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 대표는 일주일 째 혁신위원장 찾기에 올인하고 있다. 하지만 선뜻 혁신위를 맡겠다고 하는 인물이 마땅치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건은 혁신위원회를 이끌 인물이 누구냐와 혁신위의 권한이 어디까지 주어지느냐다. 이번 혁신위는 총선을 6개월 앞두고 꾸려지는 만큼 내년 총선에서 캐스팅 보터가 될 중동층을 흡수할 수 있는 소구력을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 과거 혁신기구 사례를 보면 원외 인사나 계파색이 옅은 인물이 맡아왔다. 

   
▲ 10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김기현 당 대표 주재로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제공


정치권에서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윤희숙 전 의원 등이 혁신위원장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 김 대표가 계속해서 사람을 만나고 다니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혁신위원장에 정치 경험이 있는 인물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고,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은 정치 언어를 구사하는 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라며 "전직 국회의원이나, 최소한 정치권에 몸 담았던 사람을 찾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월 출범한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는 이재명 당대표 사법리스크, 전당대회 돈봉투 문제 등 당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김 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 등 각종 구설에 휘말리며 별다른 성과 없이 두 달 만에 해체됐다.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가 권한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상황에선 혁신위가 제대로 가동되기 어렵다며 말 뿐인 혁신이 될 거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내년 초 공관위 출범 전까지 3개월 뿐인 혁신위가 유의미한 혁신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지난 19일 CBS라디오에서 “비대위에 준하는 혁신위를 띄워야 한다”며 “혁신위에 정말로 광범위한 권한을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기현 대표 체제하고 서로 양립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전략과 정책과 메시지 공약, 인물도 발굴도 하고 또 공천룰(규칙)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어떤 권한을 주자”라고 제안했다.

하태경 의원도 지난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혁신위원장 제안이 들어오면 할 거냐는 질문에 “몇 가지 조건이 있다. 혁신위에서 결정된 사안은 거부하지 않아야 하고 혁신 인사를 누구를 뽑던지 관여해선 안 된다”라며 “그 정도는 해야 당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도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3개월짜리 혁신위가 과연 무슨 혁신을 할 수 있겠나"라며 "권한이나 전권을 주는 것도 싫고 말 잘 통하는 사람을 하나 갖다 놓고 혁신위가 굴러가고 있다는 것만 보여주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혁신위를 누가 맡으려고 하겠나. 말 뿐인 혁신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