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의 기습·민간인 학살로 일어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지상전·종전 여부, 이스라엘 선택·결정에 달려…'말'에는 '힘' 없어
   
▲ 정치사회부 김규태 차장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20일(현지시간) 기준 이스라엘측에서는 군인 306명을 포함해 1400명 넘게 숨지고, 부상자는 4000명을 훌쩍 넘었다.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인질은 203명으로 추정된다. 인질 대부분은 아직 살아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 민간인 기준, 최소 1000명 이상 죽임 당했다.

명확히 하자. 언론에서 이번 사태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정확히는 무장 정파 하마스가 2년간 준비해온 기습 공격을 감행해 이스라엘 민간인 1000명 이상을 살해한 것에 따른 '전면전'이다.

이번 전쟁의 인과관계는 간단하다. 이스라엘 총리 대변인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크파르 아자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참수된 영유아들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에 대해 하마스는 당일 성명을 내고 전면 부인했지만,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발견된 아기 시신만 40구에 달한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하마스가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정황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한 이번 사태의 위중함은 한마디로 점철된다. 바로 무방비 상태의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학살했다는 것. 그것도 기습공격으로. 하마스 외교국(NRA) 책임자는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투데이(RT) 아랍채널 RT아라빅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시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고 밝혔다.

   
▲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시작된 지 닷새째인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 인근의 도로변에 하마스 무장대원의 공격을 받아 유리창에 총탄 자국이 생긴 차량이 세워져 있다. 2023.10.11 /사진=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제공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 2차 세계대전은 나치 히틀러의 전격적인 폴란드 침공에서부터 시작했다. 태평양전쟁은 일본제국이 미국 진주만을 기습폭격하면서 발발했다. 6.25 전쟁은 김일성이 소련의 사주와 지원을 받아 일요일 새벽 기습으로 남침해 벌어졌다.

전쟁의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생각해 보면, 그 책임을 가해자에게 묻는 것으로 끝났다. 6.25 전쟁은 정전협정이라는 애매한 형태로 마무리 됐지만, 지난 70년간 남북이 계속해서 대치하는 가운데 전쟁의 가해자인 북한은 3대째 독재왕정으로 치달았다.

가해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서로 으르렁거리며 대치했더라도 먼저 선제공격을 가한 측의 책임이다. 전세계적으로 이스라엘에게 지상전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이스라엘에게 달렸다.

국가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국민을 지키지 못한다면 국가의 존립 의미를 잃는다. 안전보장, 침략에 대한 방어와 격퇴, 적에 대한 섬멸은 국가의 몫이다. 이스라엘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하마스 섬멸'을 공언했다.

전쟁의 해법은 전적으로 이스라엘에게 달렸다. 21일(현지시간) 중동 및 유럽 주요 국가의 정상과 외무 장관들이 이집트 카이로에 모여 해법을 논의했지만, 공동선언을 채택하지 못하고 회의를 마쳤다.

'말'에 '힘'이 없는 이유는 전쟁의 당사자-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일반 시민들과 이스라엘 인질 203명을 일종의 '인간방패', 볼모로 잡은 것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하마스다. 이번 사태는 철저히 '주권'의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