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2조 원 규모 대형 글로벌 M&A... EU와 유사한 시정조치
호환성 저해·차별 금지, 드라이버 소스코드 제공, 이행 감독 등
국내 IT 기업 등 수요업체에 대한 가격 인상 등 피해 차단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국내 경쟁당국이 브로드컴 인코포레이티드가 브이엠웨어 인코포레이티드의 주식 전부(약 610억 달러)를 취득하는 기업결합 건에 대해 시정조치를 부과키로 했다.

   
▲ 공정거래위원회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2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기업결합은 미국에 본사를 둔 통신 반도체 중심의 하드웨어 업체(브로드컴)와 서버 가상화 시장에서 선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브이엠웨어) 간의 기업결합으로 이종 업체 간 혼합결합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후, 브이엠웨어의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가 브로드컴의 하드웨어와는 잘 호환되지만, 다른 경쟁사 부품과는 제대로 호환되지 않아 경쟁사업자가 배제될 우려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심사 초기 단계부터 유럽연합(EU), 미국, 영국, 중국 등 해외 경쟁당국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국내외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했으며, 관련 전문가들의 기술적 자문을 받는 등 면밀한 심사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정위가 심도있게 살펴본 시장은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와 직접 상호작용이 필요한 부품 중 브로드컴의 점유율(64.5%, 2022년 기준)이 높은 FC HBA 시장이다. 현재 FC HBA 시장의 주요 제조사는 전 세계적으로 브로드컴과 마벨(Marvell)뿐이므로 시장 독점화가 우려되는 분야다. FC HBA는 서버의 한 부품으로서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SAN) 간의 연결을 지원하는 어댑터다.

구체적인 우려로 공정위는 브이엠웨어가 서버 가상화 생태계에서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의 입지를 가지는 점, 부품사에 대한 호환성 인증 시 전적인 재량권을 가지는 점, 호환성 인증이 시장에서 필수요소로 받아들여지는 점 등에 주목했다. 브이엠웨어가 이와 같은 지위를 이용해 브로드컴의 경쟁사 부품에 대해 호환성 인증을 지연 및 방해하거나, 신규 사업자의 호환성 인증 요청을 거절하는 방식 등의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같은 이유로 인해 브로드컴의 유일한 경쟁사인 마벨이 시장에서 배제되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어려워짐에 따라 브로드컴이 FC HBA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이에 따라 FC HBA 시장에서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구매자 선택권 제한, 품질 저하, 혁신 저해 등의 폐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공정위는 브로드컴에게 향후 10년간 경쟁사 및 신규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호환성을 보장하도록 △경쟁사 등에 대한 호환성 수준을 현재 수준보다 저하 금지 △경쟁사 등에 대한 호환성 수준을 브로드컴 수준보다 저하 금지 △경쟁사 등의 요청이 있는 경우, 브로드컴 FC HBA 드라이버 소스코드·라이센스 제공하는 등의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정조치가 브로드컴으로부터 FC HBA를 구매해 서버를 제조하거나 브로드컴 FC HBA가 장착된 서버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내 사업자들의 직·간접적인 피해(가격 인상 등)를 예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앞으로도 국내 사업자와 소비자들이 혁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기업결합심사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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