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상 신청·승인 건수 급증… 처리기간은 '한세월'
"결국 일처리 효율성 제고 위해선 직원 격무 완화해야"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23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는 산업재해 등 처리와 관련한 고용부와 근로복지공단 등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질타가 쏟아졌다.

   
▲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2014년에 9211건에 불과하던 업무상 질병에 대한 산재보상 신청이 지난해 2만8796건으로 3.1배 증가했고, 승인 건수도 4391건에서 1만8043건, 즉 4.1배 늘었다"며 "문제는 이렇게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데 처리기간이 늘어나서 피해자들이 적시에 보상과 치료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에 따르면 2014년에는 산재 처리기일이 평균 80.2일 소요됐는데, 지난 8월 기준 평균 209.2일로 2.6배나 늘어난 상태다. 이 중 재해보상 신청이 크게 늘어난 근골격계 질환은 2014년 66.9일이 소요됐는데, 올해 137.7일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작년부터 역학조사 기간이 길다는 소리를 지속적으로 했더니 묵혀 있던 전체 198건 중 138건을 4달 만에 처리했는데 이상하다"면서 "묵혀 놓은 사건을 조사하는 건 좋지만 조사가 거의 안 된 상태로 불인정처분하는 등 부실조사하거나 보여주기식이다.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삼성LCD에서 근무한 한혜경 씨의 사례를 들었다. 한 씨는 LCD모듈, 생산직 오퍼레이터로 근무하다 뇌종양에 걸려 2009년 산재 신청을 했으나, 2010년 불승인났다. 이후 2018년에 2차 신청을 했는데, 대법원에서 비슷한 유형의 암 질환이 산재 판정을 받음에 따라 한 씨의 사례도 2019년 산재로 승인됐다. 산재 승인 받기까지 총 10년의 세월이 걸린 것이다.

삼성전자를 다닌 김은숙 씨의 경우, 본인은 갑상선암과 자궁종양에 걸렸고 아이는 선천성 거대결장증이라는 병을 안고 태어났다. 김 씨는 지난 2015년 자녀 산재까지 포함해 산재를 신청했는데, 886일 지난 지금까지 역학조사 중이다.

우 의원은 "근로복지공단은 뭐하는 건가? 국가가 있는 거냐"라며 "대법원에서 비슷한 판례가 나오니까 그제서야 인정해 주고, 역학조사라는 이름으로 사람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냐"고 질책했다. 

아울러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의 자격 요건에 대한 문제도 나왔다. 박 이사장은 고용부에서 퇴직한 이후 대학교와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안전보건담당 상임고문 등을 거쳐 현재 이사장 직에 앉았다.

박 이사장은 우 의원의 "지금 이 문제를 처리하는 데 적격한 분이라고 생각하냐"는 첨단산업분야 질병산재에 대해서 공정한 업무를 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우려하는 말은 무엇인지 잘 알겠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 개별사건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우 의원은 "산재 문제를 계속 짚고 있는데 근로복지공단 답변 내용을 보면 '장비가 부족하다, 예산이 부족하다, 인력이 부족하다' 이런 것만 잔뜩 써 놨다"며 산재 처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의 근시안적인 시각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례는 법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수단인데 근로복지공단에서는 대법원 판례를 전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산재 처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을 먼저 돌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근로복지공단이 고용부 산하기관 중 가장 큰 기관으로 알고 있는데, 직원이 투신하는 등 일이 자꾸 반복된다"며 "고용부는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하고, 근로복지공단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디테일한 부분을 스스로 하기 보다는 다른 전문기관에 결합을 해서 부담을 줄여 줘야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직원 한 명당 처리 중인 사건이 2018년 20~30건이었다면 지금은 70~80건 된다"며 "일이 세 배 가까이 늘어났는데 인원은 그대로 두면 어떻게 하나? 또 누구 돌아가셔야 정신차리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민간에 있는 현장 노동자들도 보호해야 하지만, 고용부가 자기 식구들도 못 케어하면 자기 역할 했다고 볼 수 있는가? 내부 노동정책도 제대로 못 펴는데, 밖에 나와 기업과 산재 문제, 어디 가서 떳떳하게 정부가 이거 하겠다고 말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문제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러모로 부족했던 측면이 많았던 것 같다"며 "업무프로세스 개선하고 필요한 인력도 재정당국과 협의해 증원하는 노력을 계속적으로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근로복지공단과 관련해 업무가 늘어난 이유는 업무상 건수나 비율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며 "이 부분이 굉장히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부분인데, 과정 재설계 등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인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선 즉각적으로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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