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유치원 입학 당첨이 부모들에게 ‘로또’인 이유…100만 사립 학부모는 역차별
미디어펜은 유아교육, 유치원교육이 살아나야 나라가 산다는 취지에서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현재 전국 각지의 유치원에서 행해지는 3~5세 아이들을 위한 유아교육은 공교육이 아니라 정해져 있는 교과서가 따로 없다. 유치원 유아교육은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아이들의 창의력과 다양성을 기르기에 최적인 교육과정이다. 교사들의 열정과 관심, 학부모의 선택을 받기 위한 노력이 어우러져 아이들은 자라난다. 미디어펜은 8월 한달 간 기획기사 연재를 통해 아이들과 교사들, 현장과 관련 통계에 초점을 맞추고, 교육부․지방교육청이 주도하는 유아교육의 맹점과 한계, 개선안을 도출해내고자 한다.

 

   
▲ 김규태 미디어펜 기자

차별받는 사립유치원 학부모…어린이집과 다르다 [7]

[미디어펜=김규태기자] 본지는 앞서의 관련기사를 통해 “수요는 줄지만, 늘어나는 교육예산”, “인구절벽과 따로 노는 공립유치원 증설”, “공립유치원 늘리기는 교육감의 잘못된 포퓰리즘 경쟁”, “유치원 원장이 부자라는 선입견은 오해” 등을 밝히면서, 사립 보다 공립유치원이 4배 더 많은 예산지원을 받는다고 확인한 바 있다(연간 1인 당 유아교육예산 기준).

재정 지원되는 유아교육예산을 공립유치원 및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들 전체 숫자로 나누면, 1년에 유아 1인당 지원되는 유아교육예산액이 나오는데, ▲공립유치원은 1030만 2094원, ▲사립유치원은 259만 1239원이다.

사립유치원에 비해 공립유치원에 4배 더 많은 국민세금을 쏟아 붓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과 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차별적인 혜택이 주어짐을 의미한다. 사립유치원에 자기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역차별을 받고 있다. 학부모 부담금에서 사립과 병설단설 공립유치원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다. 병설단설 공립유치원 입학 당첨이 젊은 학부모들에게 ‘로또’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사립유치원에 자기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가 공립유치원 학부모에 비해 더 많은 돈을 내는 것은 사립유치원 때문이 아니다. 사립유치원이 공립유치원에 비해 비싸서가 아니다. 정부의 예산지원이 공립유치원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아교육예산은 ▲교직원 운영지원(인건비), ▲유아교육비 지원, ▲교육활동 지원, ▲운영 및 교육여건 개선 등 4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해당 유아 1인을 기준으로 나오는 ‘유아교육비 지원’과 ‘교직원 운영지원(인건비)’은 유치원 교육의 수혜자인 아이들에게 차별적인 혜택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문제는 ▲교육활동 지원, ▲운영 및 교육여건 개선 등 2가지 항목이다.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①교육과정 개발운영, ②방과후 운영, ③운영비 및 시설환경 개선 등이 유아들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이 가는 항목들이다. ①교육과정 개발운영, ②방과후 운영, ③운영비 및 시설환경 개선 등 각 항목에 관하여 공립유치원, 사립유치원에게 주어지는 유아교육예산은 다음 표와 같다.

   
▲ 공립유치원 vs 사립유치원, (연간 유아교육예산) 항목별 세부 지원내역. 1)

병설단설 등 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는 14만 명이지만 교육과정 운영비, 시설환경 개선 등에 있어서 이들에게 주어지는 교육예산은 2500억 원을 넘는다. 사립유치원 51만 명 아이들에게는 659억 원이 주어진다.

연간 1인당 지원액으로 환산하면 공립유치원은 176만 3594원이고, 사립유치원 아이에게는 12만 8602원이 들어간다. 병설이든 단설이든 공립유치원 아이들은 좋겠다. 사립유치원 아이들 보다 14배에 가까운 교육운영 혜택을 입는다. 금액으로는 164만원의 차이가 난다.

누리과정 학비만 따져도 공립유치원 학부모가 부담하는 금액은 월 1만 1천원이다. 사립유치원 학부모는 17만 9천원을 부담한다. 사립유치원 학부모는 누리과정이라는 명목으로 16만 8천원을 차별적으로 더 내고 있다. 2)

어린이집과 비교되는 공립유치원, 사립유치원 실태

이쯤 되면 혹자는 어린이집을 떠올릴 수 있다.

어린이집은 유치원과 달리 사립, 공립 간의 차별 지원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설별로 거의 동일한 예산지원을 받을 뿐더러, 영유아의 부모가 국공립어린이집을 선택하든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어린이집을 선택하든 정부로부터 나오는 돈은 동일하다. 3)

사립유치원에 자기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가 공립유치원 학부모에 비해 더 많은 돈을 내는 것은 사립유치원 때문이 아니다. 사립유치원이 병설단설 공립유치원에 비해 비싸서가 아니다. 정부의 예산지원이 공립유치원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립유치원은 학부모로부터 받는 돈으로는 자체적으로 존립이 불가능한 구조다. 병설이든 단설이든 공립유치원 하나하나는 모두 지속불가능한 ‘재정적자’ 덩어리인 셈이다.

‘재정적자’로 유지되는 공립유치원, 여기서 공짜나 다름없는 진짜 ‘무상보육’ 혜택을 입고 있는 14만 명의 아이들, 14만 공립유치원 유아들의 부모들. 50만 사립유치원 유아들의 부모는 100만 명에 달한다.

100만 명 젊은 부부가 역차별을 당하는 작금의 현상이 아무렇지 않다는 점, 공립유치원이 소위 ‘로또’로 등극했다는 점, 우리나라 유치원의 현 주소다.

1) 자료제작=미디어펜. 2012년은 결산자료, 2013년은 예산자료. 원자료에 사립유치원 인건비가 ‘교육활동 지원’ 항목에 있었지만 이를 ‘교직원 운영지원’ 항목으로 옮김. /출처=①최은영 외 '공립유치원 설치운영 환황 및 개선방안' 육아정책연구소(2012), ②이상엽․안종석 '교육재정수요 장기 전망 및 정책방향' 한국조세재정연구원(2014), ③전병목․송헌재 '유아교육 현황과 유아교육재정의 문제점' 『유아교육의 보장성 확립을 위한 국가교육재정의 효율적 집행방안』 정책토론회 발제문(2015)에서 재인용.
2) 김은설 외. 육아정책연구소(2014). 『2014 기본과제 유치원·어린이집 운영 실태 비교 및 요구 분석』. 2014.11.30.

3) 어린이집은 전체 4만 3770개소 중 국공립은 5.3%(2332개)이며, 사회복지법인․단체는 역시 5.3%이다. 나머지 90%에 달하는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개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유아 수(15만 2735)는 전체 어린이집 이용 영유아(147만 7151명)의 10.3%다. 자료출처는 보건복지부의 『2013 보육통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