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3주기
삼성 뿐 아니라 한국 전반 시스템 개선에 기여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오는 25일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3주기를 앞두고 그의 ‘업의 본질’에 대한 관심이 재조명 되고 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던 이건희 선대회장의 의지가 삼성 뿐 아니라 한국 전반의 시스템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선대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25일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014년 5월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 치료를 받은 지 6년 5개월 만이었다.

   
▲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지난 2011년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를 참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건희 선대회장은 부친인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별세 이후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오른 뒤 탁월한 경영 능력과 안목으로 반도체와 모바일 등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3년 3월, 그가 일본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도교 도청과 아키하바라 전자 시장을 둘러본 후 사장단과 12시간 동안 토론을 열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그 회의에 대해 “무엇이 선진 수준인가를 찾아내는 자리였다”며 “여기서 얻은 결론은 국민과 정부, 기업이 서로 협력해야 21세기에 선진국, 선진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회고했다. 한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기 위한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이건희 선대회장은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결론을 얻고, 그해 6월 7일 ‘나부터 변해야 한다’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삼성의 신경영을 출범시켰다. 삼성이 새 역사를 쓰게 된 순간이었다.

1989년 사재를 출연해 삼성복지재단을 설립한 것 또한 ‘함께 잘 사는 행복한 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였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기업 문화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문화와 시스템을 발전시키기 위해 혁신적인 노력을 시도했다. 그의 노력은 한국 사회 전반에 남아있다. 

특히 그는 1993년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여성 인력 공채를 도입하고, 1995년 인사개혁을 통해 남녀 공채를 통합해 인력을 선발하고 해외 지역전문가와 주재원 파견 기회를 여성 임직원들에게 똑같이 보장하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양성평등 제도를 선제적으로 실시했다.

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이 안심하고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당시 삼성복지재단(삼성문화재단 전신)을 통해 어린이집 사업도 진행했다. 현재 전국 각지에 있는 31개의 삼성어린이집은 이런 취지에서 설립됐다.

삼성이 어린이집 사업을 시작한 1989년만 해도 ‘도시 빈민’ 문제가 사회적 화두였다. 이건희 회장은 맞벌이가 필요한 저소득층 가정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가난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어린이집 개원을 추진하게 된다.

어린이집 사업의 근본적인 목표는 저소득층 지역의 사람들이 안정된 직업과 기술을 갖고 마음 놓고 맞벌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돕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이건희 회장의 오래된 생각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 기반 의료 프로토콜’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것도 이건희 선대회장의 작품이다. 그는 1994년 삼성의료원 개원 당시 한국 병원의 ‘유비쿼터스 의료시스템화’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뿐만 아니라 1996년부터 IOC 위원으로 20여 년간 활동하며 한국 스포츠계 발전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앗다. 특히 평창 동계 올림픽 선정 과정에서 그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그는 생전에 “기업들은 사회 전체의 문화적 인프라를 향상시키는 데 한 몫을 해야 한다”며 “기업 자체가 사회의 일원이고 21세기는 문화 경쟁의 시대가 될 것(에세이 ‘생각을 하며 세상을 보자’ 중에서)”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사후 2만1639점의 문화재와 1590점의 미술품을 기증하며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을 8500점에서 1만 점 이상으로 증가시키며 미술계 역사에 큰 획을 긋기도 했다. 미술계에서는 그의 기부에 “역사상 유례 없는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는 지난 18일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건희 선대회장은) 한 기업의 수장일 뿐 아니라 한국의 수준을 글로벌 스케일로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K-문화, K-푸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문화의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요인 중 하나에는 삼성이라는 큰 브랜드가 있었다”며 “이건희라는 시대의 요청이 하나의 변곡점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은 오는 25일 이건희 선대회장의 3주기를 맞아 수원 선영에서 조용히 추도식을 치를 예정이다. 추도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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