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금융안정성 및 거시건전성 차원의 대책 필요"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7%대에 올라선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 차주의 대출상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7%대에 올라선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 차주의 대출상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사진=김상문 기자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5조7321억원으로 지난달 말(682조3294억원)보다 3조4027억원 늘었다. 이달 들어 약 20일 동안의 증가 규모는 2021년 10월(3조4380억원) 이후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부채의 증가세는 주담대가 견인했다. 주담대는 일부 규제 완화와 주택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으로 증가세로 전환되면서 3분기 들어 증가 속도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주담대 잔액은 520조5402억원으로 지난달(517조8588억원)에 비해 2조6814억원 늘었다. 신용대출도 이달 들어 8871억원 증가하며 2021년 11월 이후 1년 11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 수준에서 동결했음에도 은행권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라 주담대 금리 상단은 이미 연 7%대를 넘어섰다. 지난 20일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55~7.143를 기록했다. 최근 은행채 등 시장금리가 오른 데 따른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대출금리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금리 긴축 장기화를 시사하면서 미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5.0% 선을 돌파했다. 미 국채금리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 국채금리와 국내 은행권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도 따라 상승한다.

고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란 전망 속에 대출자의 부채 상환부담 급증 및 가계부채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금융안정성 및 중장기적 거시건전성 관리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시 증가하는 가계부채, 향후 관리 방향에 대한 제언' 보고서를 통해 금융안정책 차원에서 선제적 지침을 통한 시장경고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통화 당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선제적 지침을 통해 당분간 주택 구입 및 위험자산투자가 수익성 차원에서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경고를 시장에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의 당초 원칙인 '상환능력범위 내 대출'의 예외 적용을 최소화하는 한편 DSR 산정시 대출상품별 만기구조 및 적용금리를 보수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연구위원은 "가계대출 증가시에 DSR에 대한 다수의 예외 적용은 대출의 우회경로 및 풍선효과를 유발할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DSR 원칙만 제대로 정착된다면 거시건전성 차원의 가계대출 관리는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자금대출 등 DSR 산정 예외 적용을 최소화하고 서민 주거 지원 등을 위해서는 담보인정비율(LTV) 등 여타 규제수단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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