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지주사 주가 하락추세…일각에선 '횡재세 도입' 주장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45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고 언급한 파장이 주식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일각에서 은행들의 수익 일부에 대한 과세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배당수익 등을 기대하고 은행주를 담으려던 투자자들의 전략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0일 국무회의 모두발언 이후 파장이 은행권에까지 미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31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행권 전반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 나비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은행 종노릇’ 발언이 나왔던 지난 30일 시중은행들의 모회사인 금융지주사들의 주가는 뚜렷하게 하락했다. 특히 지난 30일은 코스피 지수가 1%대 상승세를 나타냈던 날이었기에 업종 전반의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각 지주사별 상황에 따라 낙폭은 제각각이었다. 우선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27일‧30일 연이틀간의 낙폭이 약 5% 수준에 달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4만원대 중반을 시야에 넣고 있었지만 현시점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4만원 아래로 떨어져 있다.

이는 최근 단행된 실적발표와도 관련이 있다. 3분기 하나금융지주의 순이익은 9570억원을 기록해 시장 예상에 부합했으나 비이자이익이 대폭 감소하며 전 분기 대비 총영업이익은 5.4% 줄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지주에 대해 “(계열사인 하나증권의 경우) 최근 증권사들 우려로 부각되고 있는 해외부동산 관련 평가손실 551억원이 반영됐다”면서 “계열사들도 은행 수준의 리스크 관리를 요구하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지만 관련 이슈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밖에 KB금융(-2.67%), 신한지주(-2.57%), 우리금융지주(-1.41%) 등 4대 은행지주사가 나란히 하락했다. 기업은행(-3.30%), 카카오뱅크(-1.70%), DGB금융지주(-1.48%), BNK금융지주(-1.16%) 등도 모두 내렸다. 종목에 따라 이날(31일) 오전 현재 반등세를 나타낸 회사도 있지만 오름폭이 크진 않다.

KRX금융지수를 보면 하락세는 더욱 뚜렷하다. 지난달 중순 장중 한때 670.12까지 올랐던 지수는 현시점 600선이 무너진 상태다. 이는 비단 윤 대통령 발언 이전부터도 은행주들의 주가가 그리 좋은 흐름을 나타내고 있지 못했다는 의미다.

고금리로 인해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나 은행들도 은행 나름의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 있는 현실 역시 뚜렷해 보인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장기화가 예상되는 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등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야당 일각에선 은행수익 일정 부분에 대해 세칭 '횡재세'를 도입해 초과이익을 환수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투자에 또 다른 장벽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 일부 국가들이 하고 있는 것처럼 금리 상승기에 예대마진으로 많은 이익을 취한 은행에 대한 과세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선 이미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얘기가 한차례 나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진행된 종합국감에서 “어떤 방법이 좋은지는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게끔 종합적으로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은행 이익과 관련한 국민 고통 지적을 인지하고 있고, 여러 노력을 해오고 있으나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각국 정책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발언했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정책적 흐름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관측도 자연스레 제기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련 정부의 정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미 금융감독원 측은 지난 25일 은행 부행장 간담회를 통해 ‘연내 변동금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추진’을 예고한 상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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