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푸트라세계무역센터(PWTC)에서 약식 회담을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아세안지역포럼(ARF) 등에 참석하고 있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18분간 짧은 회동을 갖고 ‘아베 담화’와 관련해 양국의 인식을 교환했다.

윤 장관은 기시다 외무상과 가진 양자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에 대해 “역대 내각 담화의 역사 인식이 분명히 표명되고 재확인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회담에 배석한 정부 당국자가 밝혔다.

이에 기시다 외무상은 “(아베 담화의 내용은) 총리가 말해서 잘 모르겠다. 총리가 종래 언급해온 대로 과거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과 평화 국가로서의 길을 계속 걸어나갈 것이란 것을 강조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한일 외교장관회담은 오는 14일로 예정된 아베 신조 총리의 종전 70주년 계기 아베 담화 발표를 앞두고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기시다 외무상의 발언으로 미루어볼 때 최근 일본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아베 담화에는 ‘반성’과 ‘침략’ 표현은 포함되지만 한국과 직접 관련이 잇는 ‘식민지 지배 사죄’는 제외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국 외교장관은 앞으로 양국 관계가 선순환적으로 발전하도록 여러 노력을 하자는 인식을 같이했다.

양국 외교장관은 또 빠른 시일 내에 한중일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긴밀히 대화하고 조율하자고 합의했다.

한일 외교장관회담 이후 기시다 외무상의 ‘지각 도착’이 도마 위에 오른 것도 사실이다. 기시다 외무상은 안보법제 등 국내 일정을 이유로 전날 밤늦게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으며, 이 때문에 한일 양자회담의 성사 여부 자체가 불투명했다.

특히 기시다 외무상은 이날 오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회동을 시작으로 리수용 북한 외무상,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차례로 양자회담을 개최한 뒤 마지막 순서로 윤 장관을 만났다.

이 때문에 최근 조선인 강제노동 현장이 포함된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병세 장관은 한일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심도 있는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였다”고 전했지만 기시다 외무상의 일정 탓에 이번 회의에서 당연히 열릴 것으로 인식되어온 한미일 3자 접촉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