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우 기자]독도,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역사왜곡이 심화되는 가운데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실을 근거로 하는 대응 방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6일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진행한 ‘일본의 지속적인 역사왜곡,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대응방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인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대일항쟁기) 위원장은 “반일 민족주의 성향은 애국주의로 승화돼야하며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이끌기 위해서는 먼저 철저한 사실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한일관계에서 우리의 민족주의적 성향은 감상적, 자기모순적, 이중적 성격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제품을 선호하고 작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수는 2013년 대비 12% 증가한 276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반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과 반국가주의가 팽배하는 등 감상적인 반일 민족주의가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위원장은 “일본은 당시 원폭피해로 인해 미국에 대한 피해의식이 극심했지만 그 감정이 반미주의나 친미 청산으로 흐르지는 않았다”면서 “이에 비해 우리는 해방 후 지금까지도 일제잔재에 대한 인적 청산을 중심으로 ‘친일청산’을 내세우는 반일주의 및 그 원인으로 미국을 지목하는 반미주의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한일 양국을 비교했다.

특히 역사학자, 언론인 등 진보적 지식인 그룹을 중심으로 미일 간의 한일합병 전 테프트 가스라 밀약, 해방 이후 전후 청산을 위한 센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친일청산’ 문제는 인적 청산도 중요하지만 그 근원이 되는 정신적 극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이러한 반일 민족주의를 애국주의로 승화하는 단계를 거쳐 일제강점기 때 일어난 중대한 피해사실에 대해 이스라엘(유대인)처럼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나치에 의해 홀로코스트를 당한 이스라엘의 경우 상설기구를 설치해 지속적으로 2차 세계대전 유대인 학살 진상을 조사해 독일의 사죄와 역사왜곡 방지를 이끌어냈다.

1953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설치된 '야드바셈'은 진상조사를 통해 피해자들이 미국에서 독일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데 중요한 자료를 마련했으며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설치된 ‘시몬 비젠탈 센터’에서도 지속적으로 나치의 전쟁범죄를 추적하고 있다.

   
▲ 바른사회시민회의가 6일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진행한 ‘일본의 지속적인 역사왜곡,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대응방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사진=바른사회시민회의 홈페이지

이처럼 감상적인 반일주의를 넘어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조사된 바로는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 약 4,5천명이 집단으로 학살당했으며 1942년 야마구치 현의 조세이 탄광에서 작업 중이던 조선인 피징용자 약 135명이 집단으로 수몰돼 유해도 발굴되지 않은 상태다.

1944년에는 강원‧황해도 일대 조선인 피징용자를 수송하던 ‘타이헤이마루’ 선박이 미군 잠수함 어뢰공격으로 폭침됐으며 1945년에는 패전 직후 일본군이 조선인 18명을 총살 및 방화하는 등의 학살이 일어났다.

1945년 패전 및 해방 직후 발생한 사할린 미즈호 마을 집단몰살 사건, 5000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한 우키시마마루 폭침사건, 중국 하이난 섬 조선인 학살사건 등 일제 희생자에 대한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다.

박 위원장은 “이러한 일제 희생자 유해의 실태조사‧발굴‧봉환 및 유족 찾기 등의 움직임이 국격 및 국민의 자긍심을 향상시켰다”고 미군 전쟁포로 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JPAC)를 인용해 밝혔다.

결국 일제의 피해 문제에 대해서는 사법적 해결만이 능사가 아니라 한일 정부 간 정치적 및 외교적인 해결이 요구되고, 이를 위한 사전협의 및 공동발표의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현재 위원회의 조사 심의를 거친 강제동원 피해 사례만 하더라도 거의 34만 건에 이른다. 이를 모두 개별적 소송 등 사법적으로 해결하려면 엄청난 시간적, 경제적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며 ‘신 한일협정의 체결’ 등 정치적‧외교적 포괄협상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위원장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일본 내부의 변화를 이끄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한감정이 극에 달한 일본 국민의 경우 군국주의 침략전쟁의 역사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일베 피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역사의 진실(fact)’을 밝힘으로써 일본의 사실인정 및 진정한 사과와 반성, 법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인정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도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지닌 객관적인 역할과 영향력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역사부정과 영토문제에 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되 일본과의 경제·안보 협력, 시민사회 및 학생·문화교류는 지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역사문제에 관해서는 꾸준한 사실 확인과 함께 근본적으로는 한일병합조약의 무효문제를 비롯한 법률적 대응에 더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식민 경험을 당한 국가들과의 연대협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