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 우려 완화"
[미디어펜=백지현 기자]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인상 부담을 덜게 됐다. 이에 따라 한은이 이달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한 뒤 국내 경기상황을 지켜볼 것이란 시장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9일 서울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이달 30일로 예정된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 수준에서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일부 완화되면서 섣불리 금리를 조정하기보다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며 국내외 경기상황을 살펴볼 것이란 분석이다.

연준은 지난 1일(현지시간)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현행 5.25~5.50%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지난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총 10회 연속 정책금리를 인상하며 제로금리를 5%대로 끌어올렸다가 지난 6월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동결했다. 이후 7월 0.25% 포인트 인상에 나섰고 9월과 이달 두 차례 연속 동결카드를 꺼냈다. 연준의 이번 동결로 한국 기준금리(연 3.50%)와의 차이는 상단 기준으로 2.0% 포인트로 유지됐다.

연준이 현행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9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3.7%,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4.1%로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준은 서명을 통해 "최근 지표에 따르면 3분기에 경제 활동이 강한 속도(strong pace)로 확장됐다"면서 "고용 증가세는 연초 이후 완만해졌으나 여전히 강세이며, 실업률은 여전히 낮고 물가상승률은 높다"고 밝혔다.

다만 연준의 긴축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2%대 물가 정책 목표까지 도달하기엔 갈 길이 아직 멀다"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 연준은 금리 인하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연준은 올해 말 금리 목표치에 대해 5.60%로 제시한 바 있다.

연준의 이번 금리동결로 한은도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이 다소 줄어들면서 이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둔 '매파적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전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이번 FOMC 회의에서 최근 장기금리 급등에 따른 금융 여건 긴축이 고려요인으로 제시되면서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일부 완화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한 긴축기조 유지 필요성을 일관되게 피력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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