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윤석열 정부 '긴축 재정' 방침 기조 맞춰 내년도 예산안 삭감 주장
야, 연구개발(R&D) 예산·지역화폐 예산 삭감 지적하며 증액 요구 맞서
657조 나라 살림 두고 여야 기싸움 팽팽...올해 예산 심사도 난항 예상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여야가 657조원 가량의 2024년도 예산안 협상에 본격 돌입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건전 재정' 기조에 따라 낭비성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을 지적하며 경기 회복을 위해선 '확장 재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올해 예산안 심사도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지난 3일 전체회의를 열고 경제부처를 대상으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예산안 심사는 이날부터 오는 6일까지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국세청, 방송통신위원회 등 27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여야는 예산안 심사 첫날부터 정부의 내년 연구개발(R&D) 사업 예산 삭감을 두고 불꽃튀는 공방전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건전재정 방침을 옹호에 나섰다. 아울러 야당이 지적하는 R&D 예산 삭감은 문재인 정부 시절 비정상적인 예산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2023.11.3./사진=연합뉴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R&D 예산이 기계적으로 너무 급격하게 증가돼 왔기 때문에 한 번 더 점검하고 재조정할 필요는 굉장히 시의적절했다"라며 "구조개혁의 방향은 나눠주기식의 사업 확대가 아니다. 돈을 쓰려면 제대로 써야 한다. 파급력 있는 R&D를 위해선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이 쓰이는지 점검해야 한다"라고 정부 안을 옹호했다. 

같은 당 장동혁 의원도 "R&D 예산이 정부 총지출의 5%에 근접하고 있다. 재량지출로만 보면 10% 정도"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지난 2018년 홍익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과학기술계의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지적한 것을 언급하며 "왜 깎았느냐를 자꾸 따져 물을 것이 아니라 깎은 이유가 합당한지 따져 물어야 할 시간"이라고 꼬집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야당이 비판하는 것이 갑자기 대통령 말 한마디 때문에 바뀌었다고 주장하는데 대통령 말 한마디에 예산이 신출귀몰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추 부총리는 "그동안 학계에서나 국회에서나 R&D가 너무 비효율적으로 중복적이고, 보조금식이고, 나눠먹기식이고, 파편적이고 이런 지적이 많았다"라며 "R&D가 중요하다고 해서 지출 효율화하는 노력에 구조조정 대상의 성역이 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위축된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가 '투자'와 '소비 진작'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며 확장 재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R&D 예산 삭감을 두고는 지나치게 크고 예산 삭감 과정도 정상적이지 않다고 공세를 폈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R&D 예산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개선도 분명히 해야 하는 것도 맞다”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R&D 카르텔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구조 개혁 문제는 점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인데, 갑자기 본인이 승인했던 예산을 3개월 만에 16.6%로 삭감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양경숙 의원은 “국정 철학과 이념을 구현하는 국가 재정의 목표가 고작 건전재정인가”라며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R&D 예산은 대통령의 카르텔 한마디에 5조 원을 삭감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R&D 예산 삭감과 관련, "이번 삭감으로 이미 소요된 R&D 예산은 허공으로 사라지게 된다"라며 "치명적 패착"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건정 재정 기조와 관련해서도 "1997년 IMF 위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올해 2분기 소비·투자·수출이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위기’가 발생했다"라며 “윤석열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등 경기부양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재정건전성에만 매달려 지출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예산 확대 주장에 대해 "모순 투성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현 상황에서 확장 재정을 펼치는 것은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뿐"이라며 "하루빨리 고물가 현상을 끝낼 방안을 찾을 생각은 않고 국민 고통을 이유로 세금을 더 풀자고 하는 것은 조삼모사만도 못한 주장"이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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