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협업 의혹 규명 400GB 정보 열람공개…인권침해 앞장 서

   
▲ 조형곤 21C미래교육연합·푸른도서관운동본부 대표
한겨레신문, 민간인 사찰 반대할 자격도 명분도 잃어

지난 7월 15일, 한겨레신문이 독자와의 협업을 제안했는데 그 내용은 국정원의 해킹·감청 의혹을 독자들이 함께 나서서 규명하자는 것이었다. 무려 400GB 분량의 이탈리아 한 회사 서버 전체를 공개하며 자료가 있는 홈페이지 주소와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놓았다.

공개된 주소를 클릭해보니 단 10분 만에 이 회사 직원들의 여권 10여장과 PDF 파일을 통한 개인 신상 자료들을 볼 수 있었다.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그냥 클릭 몇 번 만으로 볼 수 있는 자료가 그 정도라니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한편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얼굴이나 수갑을 찬 장면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심지어 전교조를 비롯한 좌파들은 학교폭력 가해사실 정보를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도 반대한 바 있다. 그 이유는 가해학생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였다.

한겨레도 같은 입장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생활을 침해하는 해킹을 반대하는 이유도 인권의 보호와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이번에 한겨레가 국민과의 협업을 통해 무려 400GB 분량의 막대한 정보를 누구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인권 침해 사례에 해당한다. 왜 그런지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다.

국내에는 고강도 적외선감지 카메라를 개발한 벤처 팀이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특허까지 보유하고 있는 이 적외선 감지 카메라의 주된 목적은 국방이다. 야간에 휴전선을 감시하는 데는 이보다 더 좋은 카메라가 없다고 한다. 만약 이 카메라를 도시의 범죄예방에 사용한다면 야간에 발생하는 범죄를 즉각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목적의 적외선 감지 카메라도 누군가가 나쁜 의도로 구입하여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데 쓸 수 있다. 야간에 남의 집 안방이나 거실을 멀리서 훔쳐볼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것은 범죄이다.

이번에 한겨레가 한 일은 이 적외선 감지 카메라를 개발한 벤처사업 팀을 범죄자로 규정하고 그들의 신상을 털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공개하는데 앞장선 것이나 다름없다. 직원 중에는 연인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여권사본을 이 서버에 저장해 두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누군가 이 회사의 서버를 해킹했고 한겨레는 이 회사가 지금까지 판매하거나 거래한 대금 등을 모두 밝히기 위해 이 회사의 서버를 통째로 공개하며 국민과의 협업을 제안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아닌 이탈리아 해킹 팀이니까 상관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세계 시민교육이 되어 있지 않다는 방증이며, 한겨레가 그들의 신문제목대로 우리민족인 한겨레만 중요할 뿐 세계 시민은 안중에 두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한겨레의 이중성이나 궤변이 드러난 것이다. 그들이 세상을 보는 눈은 진영논리에 입각한 협소함이거나 왜곡 그 자체이다.

또한 위키리크스는 이탈리아 해킹팀의 서버에서 발견한 수백만 건의 메일을 검색을 통해 쉽게 찾아보도록 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 해킹 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에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안 의원은 국정원의 스마트폰 해킹 의혹과 관련힌 당내 진상조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 중에는 필자와 같이 별다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인터넷 및 컴퓨터 전문가는 적지 않다. 당장 안철수의원을 비롯한 전문기술을 가진 업체와 대형 포털 회사들도 많이 있지만 내국인 사찰에 관해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자료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특정 아이피를 공개하며 그 아이피 주소를 통해 야한 동영상 자료를 검색한 경험이 있는 국민을 찾고 있었다. 그 사람이 해킹을 당했을 거란 주장이다.

한편 이번 사태로 북한의 무기거래 사실이 폭로됐다. 관련하여 여당의 행태는 야당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이런 최고급 정보는 공개되는 순간 가치가 사라져 버린다. 만약 북한과 다시 싸워야 한다면 이런 고급정보를 대통령과 국방부장관 그리고 몇몇 전략가들만 알고 있는 것과 온 국민이 다 알게 되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의 비밀의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몇 년간 죽음을 각오하고 실제로 죽음을 선택하는 그 순간까지 국정원의 직원들은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아무리 많은 오해를 받더라도 음지에서 묵묵하게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본인 하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그 무엇이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기밀자료는 야당이 아닌 여당 의원에 의해 만천하에 공개되고 말았다. 이 일을 두고 오죽하면 야당의 박지원 의원이 새누리당을 종북 세력이라고 비아냥거리기 까지 했다.

비밀조직이 하고 있는 일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어디 있을까?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일로 국정을 마비시키며 국민을 불안하게 할 것인지 걱정이다.

북한은 우리가 갖지 못한 핵을 가졌다. 이 핵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우리의 외교는 경제와 문화적 교류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상당한 것들을 포기하고 가치동맹이라 할 미국·일본과의 가까운 거리마저 멀리하며 중국과 붙어서 북한의 고립을 꾀하고 있다. 이것은 내 짐작이지만 북한의 핵을 무력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임에 틀림없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음으로 인해서 우리의 뼈아픈 고통이 현실이 되었다.

필자는 북한 전문가가 아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공교육을 정상화시키자는 교육시민운동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이 우리보다 우세하다는 생각 말이다.

한편 북한의 무기거래 해킹 사실을 공개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을 만든 것은 바로 안철수의원 등 새정치민주당의 집요한 공격이 있었던 것이고, 이보다 훨씬 문제가 많은 새누리당 지도부의 국정원 수사 협조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적당히 깨끗한 척 하면서 국정원을 무력화 시키려는 저들의 음모에 동조해왔다. 국정원 직원의 자살도 여야가 국정원을 조사하러 들어가자고 합의한 날에 발생했다. 국가 안보를 위한 음지의 일이 폭로될게 뻔하지 않은가.

이제 국민들은 판단해야만 한다. 현재의 정치권이 과연 국가 안보를 지킬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를 말이다. /조형곤 21C미래교육연합·푸른도서관운동본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