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도한 개입 금리산정 체계 왜곡 우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종노릇' '갑질' 등의 표현을 동원에 고금리 상황 속에서도 '이자장사'로 수익을 올린 은행의 영업행태를 강도 높게 질타하데 이어 금융당국도 은행 때리기에 가세하면서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은행들은 소상공인‧취약계층의 이자상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선 이자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한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은 은행의 금리산정 체계에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종노릇' '갑질' 등의 표현을 동원에 고금리 상황 속에서도 '이자장사'로 수익을 올린 은행의 영업행태를 강도 높게 질타하데 이어 금융당국도 은행 때리기에 가세하면서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사진=김상문 기자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이어 금융당국도 은행의 '역대급 이자이익'에 쓴소리를 던지면서 당분간 은행 대출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앞서 은행들은 당국이 빠르게 불어난 가계부채를 억누르기 위해 고삐를 죄면서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대출문턱을 높였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부터 가계대출 일부 상품의 금리를 0.05%포인트 인상했고,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지난달 초중순께 가계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3% 포인트 올렸다. 

하나은행은 일부 비대면 주담대 상품의 금리감면율을 0.15% 포인트, NH농협은행은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최대 0.3% 포인트 축소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대출금리를 올렸다.

은행들이 금리인상에 나선 것은 꺾이지 않는 가계대출 증가세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 수요 억제를 요청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나자 금융당국과 5대 은행 부장단들은 매주 금요일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가계대출 동향을 점검하고 억제 방안에 대해 논의해 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 이어 금융당국 수장까지 은행의 영업행태에 날을 세우면서 은행권은 대출금리 인상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은행권이 혁신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다고 보기 어럽다"고 지적했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가 경제의 허리를 지탱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올해 은행권 이자이익은 60조원으로 역대 최대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민생현장을 방문해 듣고 온 내용을 소개하며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고 전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이자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은행의 금리산정 체계에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은행권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고 금리산정 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시장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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