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일회용품 관리정책 '과태료 부과'→'자발적 참여 지원' 전환
"혼란만 야기한 퇴보된 정책… 일회용품 감축 정부 의지 없어" 비판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 사용 금지 계도기간이 무기한 연장된다. 종이컵은 일회용품 사용 제한 대상 품목에서 제외되면서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게 됐다.

   
▲ 종이컵과 나무젓가락./사진=유태경 기자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일회용품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임상준 차관은 "원가 상승과 고물가·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규제로 무거운 짐을 지우는 건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라면서 "정책 수단은 정부 규제를 통하는 것이 아닌 사회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실천을 통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회용품 사용 금지 계도기간은 종료를 목전에 앞두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21년 일회용품 규제 강화 정책을 도입한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민생 어려움과 현장 혼란 최소화 등을 위해 지난해 11월 1년의 계도기간을 설정했고, 이달 23일 종료된다.

환경부가 이날 발표한 관리방안에 따르면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와 생분해성 봉투 등 대체품 사용 문화를 정착시키고, 플라스틱 빨대는 계도기간을 연장한다. 종이컵은 사용 규제 품목에서 제외해 강제적 규제가 아닌 권고와 지원을 통해 사용량은 감축한다.

환경부는 비닐봉투의 경우, 대체품 사용이 안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현장의 긍정적 변화를 고려해 단속을 통한 과태료 부과보다는 대체품 사용을 생활문화로 정착시킨다고 밝혔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5개사가 올해 상반기 중 사용한 봉투는 생분해성 봉투가 70%, 종량제 봉투 23.5%, 종이봉투 6.1%로 집계됐다.

또한 플라스틱 빨대보다 2.5배 비싼 종이 빨대를 사용하는 등 대안을 마련했으나, 음료 맛을 저하시키거나 쉽게 눅눅해 지는 등 종이 빨대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폭주함에 따라 플라스틱 빨대 계도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계도 종료시점은 유엔 플라스틱 협약 등 국제 동향과 대체품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종이컵의 경우 다회용컵 세척 인력 추가 고용 및 세척시설 설치 부담과 종이컵을 규제하는 나라는 전 세계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점 등을 감안해 일회용품 사용 규제 품목에서 종이컵을 제외하기로 했다.

이 같은 환경부의 조처를 두고 일각에서는 혼란만 야기한 퇴보된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9월 12일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사실상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은 이번 발표로 일회용품 감축에 대한 정부 의지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계도 기간 동안 나온 문제점들은 이미 제도 시행 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이기 때문에 환경부는 이에 걸맞은 대안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 규제에 맞춰 이미 물품을 바꾸고 다회용기 사업에 투자한 사람들의 경우, 정부의 입장 번복으로 인한 피해보상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임 차관은 "(정부 규제에 맞춰) 미리 준비해 주신 분들한테는 송구스럽다"면서 "이 정책이 2년 전 도입될 때부터 부작용들을 감안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만, 미리 (물품을) 구입하시거나 투자하신 분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최대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방안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 표심을 위한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계도기간 종료 시점에 맞춰 발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총선과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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