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변동성 큰 만큼 투자비중엔 신중해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최근 원‧엔 환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엔화를 사들여 환차익을 거두는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환율의 경우 변동성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외환 투자 비중을 지나치게 늘리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 최근 원‧엔 환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엔화를 사들여 환차익을 거두는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사진=백지현 기자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3일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1조1110억엔(약 9조668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잔액(6832억엔)과 비교해 1.5배에 가까운 규모로 올해 들어서만 4278억엔이나 늘었다. 이들 은행의 엔화 예금 지난 4월 말 5978억엔까지 줄었다 5월부터 가파르게 늘기 시작해 9월 말에는 1조엔을 돌파했다.

이처럼 엔화 예금에 돈이 몰리는 것은 원·엔 환율이 100엔당 860원대로 떨어지며 '역대급 엔저'가 지속되면서 환차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6일 100엔당 원·엔 재정환율은 867.38원으로 2008년 1월 15일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엔화 환전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 말까지 5대 은행의 엔화 매도액은 약 3138억엔(약 2조73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70억엔)과 비교해 4배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로 늘어난 여행수요와 엔저 현상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15년 만에 엔화 가치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엔화를 구매해 환차익을 노리는 엔테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외환 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환율 차익을 얻기 위해 자산의 상당수를 엔화 투자에 '몰빵'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 관계자는 "환율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율 차익을 노리기는 매력적이지 않다"면서 "투자자산 중 상당수 자금을 엔화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엔테크는 앞으로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가 변수로 엔화 가치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도 환율 변동성을 정확히 예측하기 매우 어려워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외화예금을 통한 투자를 한다면 환차익보다 수수료를 더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은행별로 환전·인출 수수료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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