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걱정 없는” 교육공무원이 일하는 병설단설 공립유치원은 ‘땅 짚고 헤엄치기’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뺏으면 빼앗긴다. 사립유치원과 병설․단설 공립유치원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한 지역 내에서 어느 유치원으로 아이가 자리를 옮겨가면 그 아이가 다니던 어떤 유치원에는 한 명의 결원이 발생한다. 작금의 유치원 운영은 ‘제로섬게임’으로 되어가고 있다. 그것도 사립유치원에게 지극히 불리한 구조로 말이다.

갑작스런 파견근무나 이직으로 집을 옮기는 경우를 제외하고 유치원 원아의 젊은 학부모들은 멀리 이사 가지 않는다. 아이들의 교육환경도 포함해서 이사 갈 메리트가 있을 경우에 이사 가기 마련이다. 필자가 지적한 ‘뺏기면 빼앗기는’ 문제는 지역 내에서 이사를 하지 않고 유치원을 옮기는 경우에 발생한다. 공립 사립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유치원은 연초에 ‘원아모집’을 통해 아이들을 충원하는데, 중간에 유치원을 옮기는 사례는 곳곳에서 벌어진다.

사립과 공립의 차이를 밝힌다. 사립유치원은 원아모집을 통해 충원한 아이들 숫자를 토대로 유치원 교사 채용, 재계약 여부를 정하고 그에 따라 예산을 짠다. 유치한 아이들의 숫자가 곧 해당 연도의 대략적인 예산 총액을 의미한다. 교육비 상한제 및 누리과정으로 인해 사립유치원은 (교육비와 상관 없는) 기발하고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 내기에 한계점을 지닌다.

공립유치원의 경우 새로이 충원한 아이들 숫자 상관없이 기존 교사 자리는 유지된다. 공립유치원 교사들은 기본적으로 교육공무원이기에 재계약, 재고용에 대해 고민할 게 없다. 교육부, 교육청으로부터 내려오는 온갖 지원금은 그대로이며, 교사든 원감이든 원장이든 TO가 신설될 경우 그에 맞는 인원이 교육청으로부터 지정되어 들어온다.

   
▲ 뺏기면 빼앗긴다. 사립유치원과 병설․단설 공립유치원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한 지역 내에서 어느 유치원으로 아이가 자리를 옮겨가면 그 아이가 다니던 어떤 유치원에는 한 명의 결원이 발생한다. 작금의 유치원 운영은 ‘제로섬게임’으로 되어가고 있다. 그것도 사립유치원에게 지극히 불리한 구조로 말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 인원, 교사들의 고용 등 인건비 말고도 다른 고려사항이 있다. 다니는 아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립유치원의 구매력은 올라간다. 자급자족하는 구조가 아니기에 아이들 교육과 급식을 위해 외부로부터 무언가를 조달해야 할 때, ‘규모의 경제’가 발생한다. 50명인 유치원보다 100명, 100명이 다니는 유치원보다 200명 원아가 다니는 유치원이 비용절감을 할 수 있는 구조다.

병설, 단설 공립유치원은 사립유치원과 다르다. 원감이나 원장이 비용을 절감할 이유가 없다. 정부로부터 내려온 관련예산이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자에게 전화 한 통화면 된다. 20명, 10명의 아이만이 다니는 공립유치원이라도 아이 숫자 상관없이 들어가는 고정비용, 인건비, 교육과정 비용 모두 교육청으로부터 받는 예산으로 족하기 때문에 가격의 많고 적음에 관해서 고민할 필요 없다.

결국 사립유치원과 공립유치원의 이러한 차이점은 매년 1~2월에 벌어지는 원아모집에서 서로 다른 양상을 연출한다.

사립유치원은 원아모집에 사활을 건다. 정부가 지정한 누리과정 외에 해당 사립유치원 만의 특별한 커리큘럼을 홍보하고 알린다. 원장의 교육철학과 교사들의 교육 노하우를 최대한 녹여내어 특화된 교육을 짜내느라 골머리를 썩힌다. 소비자(학부모)의 선택을 받기 위해 온갖 구애를 펼친다.

공립유치원은 다르다. 원아가 정원에 맞추어 100% 차든 반밖에 안 들어오든 원장, 원감, 교사가 받는 급여나 공립유치원 운영에 들어가는 예산이 바뀔 일이 없다. 오히려 아이들이 적게 들어오면 관리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내심 반기는 교사들도 많다고 한다. 임용고시를 패스한 공무원 마인드 그대로다. 교육소비자에게 굳이 애쓰지 않더라도 (공짜나 다름 없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이 알아서 지원한다. 매번 공립유치원 당첨은 '로또'라 불리운다.

   
▲ 공립유치원 vs 사립유치원, (연간 유아교육예산) 항목별 세부 지원내역.

인건비, 고정비, 교육과정 운영비 모두를 교육부․교육청이 메꿔주는 공립유치원과 다르게 사립유치원은 비용의 상당수를 학부모로부터 받아야 한다. 참고로 지난 2013년을 기준으로 공립유치원 원아들 14만 명이 받은 교육운영 혜택은 2500억 원을 넘겼다. 사립유치원 51만 명 아이들은 659억 원을 받는데 그쳤다.

사립유치원 학부모 부담금은 월평균 21만 4859원이다(유치원 알리미 2015년 2월 기준). 공립 단설유치원은 2만 5977원이다. 공립 병설유치원은 9664원이다. 모두 다 정부의 지원 격차 때문이다. 교육부․교육청의 차별적인 예산 지원으로 인해 사립유치원과 공립유치원에서 각각 학부모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하늘과 땅 차이다.

강남 학부모들 조차 사립이 아니라 공립유치원을 선호한다

공립보다 사립교육을 선호하는 소수의 학부모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어디로 보내고 싶어 할까.

우리나라에서 특목고, 자사고, 사립초등학교, 입시학원 및 개인과외 등 기본적으로 사교육을 가장 선호한다는 강남구 학부모들을 살펴보았다. 서울시 강남구에는 공립 단설, 병설, 사립을 포함하여 모두 39개 유치원이 있다. 그 중 정원 현황이 모두 확인된 35개 유치원을 살펴보았다(어린이집,유치원 통합정보공시 기준).

서울 강남구 공립유치원 13곳 중 8곳의 현원률(유치원 정원 대비 다니는 현재 원아 수)은 80% 이상이었다. 50% 이하의 현원률을 보인 공립유치원은 단설유치원 1곳뿐이었다.

사립유치원 22곳 중 80% 현원률을 넘긴 유치원은 7곳이었다. 사립유치원 22곳 중 절반인 11곳에서는 현원률이 50% 이하였다. 서울 강남구 35개 공립 사립유치원을 통틀어서 가장 낮은 현원률을 보인 7곳 모두 사립유치원이었다.

사립을 선호하는 경향이 가장 강하다고 일컬어지는 서울 강남에서조차 이러한 상황이다.

온갖 예산은 공립유치원에게 차별적으로 주어진다. 예산지원에 있어서 사립유치원은 배제되어 있다. 생존에 대해 아무런 걱정 없는 교육공무원들로 움직이는 공립유치원은 속속 사립유치원 곁에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의 주도로 벌어지는 공립유치원 중심의 유치원교육은 공립유치원의 ‘땅 짚고 헤엄치기’를 자아내고 있다. 전국 4200여 사립유치원은 점차 궁지에 내몰리고 있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