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조합장 해임 임시총회 앞두고 OS요원들 조합원 개별 접촉
OS요원 조합원과 통화 중 소속 묻자 "롯데건설에서 고용됐다" 털어놔
[미디어펜=성동규 기자]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울 갈현1구역에서 OS요원(외주홍보직원)을 동원, 허위사실을 유포해 조합장 해임 총회를 무산시키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합원들은 조합에서 일어나는 일에 롯데건설이 끼어드는 것은 명백한 업무방해라며 OS요원들을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 은평구에서 갈현1구역에 보낸 공문./사진=갈현1구역 조합원 제공


갈현1구역의 비상대책위원회격인 '갈현1구역 조합원모임'은 오는 25일 조합장과 임원들을 해임하기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현재 비대위에는 전체 조합원 2600여 명 중 1000명가량이 가입한 상태다. 

해임 총회에는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가 출석해 이 중 과반수인 650명 이상이 찬성하면 해임안을 가결시킬 수 있다. 해임 총회가 무사히 열리기만 한다면 해임안 가결은 사실상 결정된 것과 다른 없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임 총회를 막기 위한 OS요원들까지 동원되고 있다. '조합장과 임원이 해임될 경우 사업에 지장이 생기는 만큼 해임 총회에 참석하지 말라'며 조합원들에게 겁박과 회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펜에서 단독으로 입수한 녹취 파일에서는 OS요원이 한 조합원에게 "조합장과 임원들이 모두 해임되면 사업지연은 불가피하다"며 "아무 잘못도 없는 조합 집행부가 해임되면 당연히 소송을 걸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다 보면 사업이 최소 수년간은 지연될 것이고 조합원들의 분담금은 수천만원이나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조합 집행부를 해임시켜서 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된 사례가 없다"며 불참을 설득했다.

비대위는 OS요원들의 주장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한다. 조합장과 집행부가 교체되더라도 직무대행을 통해 정상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3조 4항을 보면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해임할 수 있다. 이 경우 요구자 대표로 선출된 자가 해임 총회의 소집 및 진행을 할 때에는 조합장의 권한을 대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 조합장 교체에 따라 직무대행 체제로 사업이 진행되는 사례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도 비대위는 해임 총회 일정을 기존 12일에서 오는 25일로 미루고 이사 2명과 감사 3명을 해임하지 기로 변경했다.

녹취 파일에는 롯데건설에서 OS요원들을 고용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 조합원이 "어디에서 전화를 하셨느냐 조합 임원이냐"고 묻자, OS요원은 "조합의 요청으로 롯데건설에서 고용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OS요원도 "업무는 조합 사무실에서 보고 있지만 롯데건설에서 돈을 받고 있다"며 "소속은 조합이지만 시공사(롯데건설)에서 업무 협조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고용구조가 기형적인 형태를 띠는 원인은 해임대상자인 조합장과 임원들이 OS요원들을 고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조합 비용을 지출하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결국 롯데건설이 조합원들에게 해임 총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전화나 홍보를 하는 것이라고 힐난하고 있다. 이들은 조합과 롯데건설이 업무방해를 하고 있다며 관할지자체인 은평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은평구청은 지난달 31일 인력을 고용해 해임 총회를 방해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관련 법령 및 조합 정관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하라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그러나 OS요원들의 활동이 계속되자 비대위는 지난달 말부터 현재까지 19명의 OS요원을 경찰에 고소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번 해임 총회는 조합과 조합원들 간의 분쟁이다. 시공사를 교체한다는 총회를 개최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우리(롯데건설)가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면서 "혹여나 비대위에서 꾸며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해명했다.

   
▲ 갈현1구역 전경./사진=성동규 기자


◆OS요원-갈현1구역 조합원 간 통화 중 일부 내용

-OS요원: 네 조합 사무실이에요. 반대쪽에서 총회를 한다면 사업이 중단되는 게 뻔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발의자 쪽에서 총회를 하는 데, 될 수 있으면 조합원님들이 힘을 실어주지 마십사 하고 전화를 드렸어요.

-조합원: 지금 거신 분이 조합 쪽이라고요?

-OS요원: 네, 저희는 조합이에요.

-조합원: 임원분이세요?

-OS요원: 임원은 아니고요. 조합에서 손 놓고 있을 수가 없잖아요.

-조합원: 아니요. 지금 전화 거신 분이 임원분이세요? 아니면 그냥 일하는 분이세요?

-OS요원: 일하는 사람이고 임원도 아니고 조합원 아니에요.

-조합원: 그럼 누구세요? 요원이에요?

-OS요원: 네, 요원이 맞아요. OS요원이에요. 네, 롯데에요.

-조합원: 지금 OS요원 고용하는 거 불법 아니에요.

-OS요원: 저기 롯데에서 지금 고용을 해서 저기 반대쪽에서 총회를 한다고 하니 조합도 손 놓을 수가 없잖아요.

-조합원: 근데 불법이잖아요. 고용하는 건 아니죠. 불법이죠.

-OS요원: 이게 조합에서 요청을 해서 롯데에서 하는 걸로 알기 때문에…

-조합원: 무슨 말인지 다 알아요. 네, 수고하세요. 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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