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은 통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 받은 사람…조선일보가 주관사

   
▲ 조우석 문화평론가
올봄 “대한민국은 민족반역자가 세운 나라”라며 평생 대한민국을 저주해온 재일교포 작가 김석범(89)이 제주4.3평화상을 받았던 것은 충격이었다. 그 상은 대한민국 정부가 설립한 제주4.3평화재단이 제정했기 때문이다.

재단 감독기관인 행정자치부와 제주특별자치 모두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던 경우였다. “4.3은 제3세계 피압박 민중이 제국주의와 맞서 싸운 민족해방투쟁”이라는 게 좌파 김석범의 주장인데, 그럼 행자부도 이 따위 주장에 동의했다는 뜻인가? 최근 다시 당혹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종북 토크콘서트’ 등으로 세간에 물의를 자아냈던 신은미가 7월 말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수여하는 한겨레통일문화상을 받은 사건이다. 이 일 역시 부적절한 수상자, 더 부적절한 시상자의 조합이었고, 때문에 미디어펜 등에서 엄하게 꾸짖고 나섰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한겨레신문이 1996년 창립한 재단법인인데, 그런 시상을 좌파동네의 일로 덮어두기엔 재단 이사장이란 위인도 좀 걸렸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임동원이 이사장이다. 얼마 전 조선일보의 선임기자 최보식은 그의 칼럼(7월17일자)에서 이렇게 밝혔는데, 그게 정확한 소리였다.

   
▲ 조선일보사가 주관하는 '2015 만해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사진=연합뉴스
한겨레는 신은미에게 상 주고, 조선일보는 신영복에게

“언론사 부설 재단이 실정법 위반 혐의로 강제 출국된 신씨에게 굳이 상(賞)을 주겠다는 것은 '특별 의지'를 담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것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소위 진보 진영은 신씨를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신은미씨에게 만장일치로 상(賞)을 주다’)

오늘 문제제기는 그 때문인데, 조심하길 바란다. 부메랑은 조선일보에게 바로 돌아간다. 놀랍게도 그 신문은 올해 만해대상 수상자로 좌파 신영복(성공회대 석좌교수)을 뽑았다. 7월6일 조선일보는 이렇게 밝혔다.

“조선일보사가 주관하는 '2015 만해대상' 수상자로 아베 일본 총리의 역사 왜곡에 항의하는 세계 역사학자들의 성명을 주도한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만해평화대상)를 비롯해 청전 스님과 무지개공동회(이상 만해실천대상), 황병기 가야금 명인, 정현종 시인,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이상 만해문예대상)가 선정됐습니다. 만해대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강천석 조선일보 논설고문)는 최근 이같이 결정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민족운동가이자 시인, 종교인, 사상가로 활동한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 선생의 삶과 사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만해대상은 평화, 실천, 문예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시상합니다. 부문별 상금은 1억 원입니다.”

일반기사도 아니고 사고(社告)의 형태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신은미에게 상을 준 한겨례신문보다 이 쪽에 더 질이 안 좋다. 대표적인 위장 지식인 신영복의 머리에 월계관을 씌워줘서 대체 무얼 하자는 것인가?
신영복, 역사상 최대 간첩단인 1968년 통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그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 저술로 젊은이들에게 끼친 해악은 무시무시하다.

해사한 외모에 지적(知的) 센티멘탈리즘을 섞어 파괴적 영향력을 세상에 줬다. 이걸 견제해야 할 조선일보가 엉뚱한 일을 벌인 게 그래서 더욱 당혹스럽다.(물론 신영복을 띄운 것은 2000년도를 전후해 장기연재를 했던 중앙일보였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놀라운 건 또 있다. 인터넷백과사전 위키백과에는 이렇게 신영복을 소개하는데, 지금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상을 한 번도 전향한 바도 없는 이 골수 좌익을 비호하는 투로 일관하고 있다. 역겨울 정도다.

   
▲ 지난달 9일 서울 마포구 효창목길 한겨레신문사 앞에서 사단법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와 청년지식인포럼 스토리케이(Story K) 등 14개 단체가 공동으로 ‘신은미 수상철회 요구’ 시위를 벌였다. /사진=스토리케이 제공
차라리 김일성 찬양론자 한홍구에게도 만해대상을!

“육군 교관으로 장교였던 신영복은 군사재판에서 사형이 구형된 후 충격을 받고 '아,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마침내, 그 고뇌와 사색은 20년 내내 이어져 완전히 '인간성이 개조'되는 내적 자기혁명을 이루어 낸다. (중략) 특히 감옥에서의 비전향 장기수들과의 만남은 인생관을 결정짓는 계기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단과 전쟁의 피투성이 현대사의 이야기를 직접 이를 경험한 빨치산과 투사들을 통해 생생히 들음으로써 피가 통하고 숨결이 이는 화석처럼, 살아있는 역사체험을 한다. (중략)그래서 그는 감옥 20년의 삶이 완전히 인생을 바꾼 진정한 '나의 대학시절'이었다고 고백했다. 그의 동무들은 그가 출소하자 '야, 너 하나도 안 변했네'라고 감탄했다고 한다. 그의 삶의 철학과 신념은 변함없이 "더불어 숲"을 이루는 것이었기에….”
인터넷 정보가 이렇게 오염됐다는 것도 놀랍지만, 조선일보가 이런 신영복의 머리에 월계관을 씌워준다?

조선일보 고참 기자 최보식의 말대로 언론사가 주는 상에는 ‘특별의지’가 담겨있다고 봐야 할까?
그럼 좌익에 대해 관용을 베풀고, 한국사회의 무장해제를 재촉하는 게 과연 조선일보의 특별의지란 말인가? 그건 지적(知的) 파산이자 정치적 기회주의에 불과하다는 걸 19~20세기 세계지성사가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이건 아니다. 정말 아니다.

만에 하나 조선일보가 신영복 선정에 그렇게 떳떳하다면, 내년에도 그렇게 일관성 있는 시상을 하기를 이 지면을 빌어 나는 권유하려 한다. 즉 신영복을 좌파대학 성공회대로 이끌었던 이재정 전 성공회대 총장(현 경기도 교육감)이나, 김일성을 “자수성가형 민족영웅”이라고 떠벌이는 그 학교의 또 다른 좌파 교수 한홍구 등을 연속해 수상자로 선정하라. 충분히 검토해보길 바란다.

만해대상 시상식은 강원도 백담사 인근에서 펼쳐지는 만해축전 기간 중인 8월 12일 열릴 예정이란다. 그렇다면 시간이 없지 않다. 조선일보는 지금이라도 시상자 취소를 포함한 성의있는 해명을 하기 바란다. 이미 흠집은 났다. 하지만 늦은 지금이라도 후속조치를 취해야 그래도 조선일보답다는 말을 겨우 들을 지도 모른다. /조우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