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초 예고했던 필리버스터 포기하며 이동관 탄핵안 자동 폐기 전략 성공
野 단독 본회의 통과한 노란봉투법·방송3법, 대통령 거부권으로 무력화 가능
허 찔린 민주당 '당황'하면서 탄핵안 재추진하겠다고 으름장...정국 살얼음판
[미디어펜=이희연 기자]168석 거대 의석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제출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 등이 자동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지난 9일 당초 예고했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전격 취소라는 초강수를 두면서다. 허를 찔린 민주당은 오늘(10일) 중으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재추진 한다는 방침이어서 정국은 다시 얼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지난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단독 처리했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 경영계가 반대해 온 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불 보듯 뻔한데도 다수석을 앞세워 법안 통과를 밀어붙인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야당의 법안 처리에 항의하는 의미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와 여당, 경영계는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산업 현장에 혼란만 야기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 11월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1차 본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상정 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방송 3법은 한국방송공사(KBS)·문화방송(MBC)·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지배 구조를 바꾸는 내용이 골자다. 공영방송 이사회의 이사 수를 현행 9명 또는 11명에서 각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와 시청자위원회 등 시민단체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당초 국민의힘은 야당의 4개 법안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최소 4박 5일간의 필리버스터를 준비해 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본회의 시작 20분 전인  1시40분께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고발 사주' 의혹이 제기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자녀 위장전입' 의혹을 받고 있는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이날 본회의에 보고하자 '필리버스터 전격 취소'라는 전략을 꺼내들었다. 

국회법상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로 본회의가 계속되면 그 사이에 이 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취소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야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필리버스터 취소 전략은 김기현 대표는 물론 국민의힘 의원들조차 몰랐다는 반응이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오히려 기자에게 "왜 취소된 건지 아냐"라고 물으며 "갑자기 필리버스터를 안 한다고 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있긴 하다. 전혀 몰랐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준비를 다 해왔는데, 취소됐다"라면서도 "민주당이 지금 엄청 당황스러울 거다. 우리가 이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를 안 하기로 제가 오늘 아침에 결정했다"라며 "보안 유지가 안 되는 사항이라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제가 결정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월 9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입법독재를 규탄하는 피켓시위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윤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민주당 의원들에게 정말 사정했다.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을 상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정말 읍소에 가까운 사정을 했는데 안 받아 들여졌다"라며 "이 시점에 방통위원장 개인의 직무가 정지되는 것으로 결국 그 기관의 직무가 정지된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차관이 있지만 방통위원장은 직무가 정지되면 그 기관 업무가 마비된다. 방통위원장이 서너 명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장관 탄핵과는 결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필리버스터 취소'로 허를 찔린 민주당은 10일, 이동관 위원장 탄핵소추안 처리를 재추진하기 위해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이날까지 본회의를 다시 열자고 요구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원칙과 기준대로 법률이 정한 절차와 요건을 모두 준수해 법을 위반한 공직자들이 합당한 처분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와 관련해 윤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탄핵안 재추진과 관련해 "국회법을 국회 사무처하고 짬짬이가 돼서 불법 부당하게 해석하고 국회법 근간이 되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도 "우리 당이 필리버스터를 하는 중에 (민주당이) 정략 목적의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려 했던 것은 정치적 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오만한 힘자랑이 상식의 범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라고 강력 비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