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정 기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에서 “‘종파’와 ‘종교’는 인간의 뇌를 좀먹게 하는 아주 나쁜 행동”이라는 말이 있다.

한때 ‘2인자’로 불렸던 장성택을 처형시킬 때 김정은이 붙인 죄명도 ‘반당 반혁명 종파 행위’이다. 북한에 교회와 성당, 사찰 등 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국제 홍보용일뿐 실제로 종교의 자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북한에서 신문과 방송은 매일 반복해서 김 씨 일가를 신격화하고 체제를 선전하기에 바쁘다. 방송 프로그램에 뉴스뿐 아니라 드라마도 있고, 만화, 노래가 있지만 주제는 모두 똑같다.

북한 언론에는 사건사고와 광고가 없다. 이러니 ‘언론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세계의 언론 매체가 다양하게 발달하는 동안 북한의 언론은 시간을 멈추고 김 씨 일가만 즐기는 가장 ‘기괴한’ 존재가 됐다.

그나마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만 방영하는 유일한 전국 방송망인 조선중앙TV에서는 매일 반복해서 김일성·김정일의 과거 행적을 칭송하고, 김정은의 치적을 선전하고 있다. 주말에는 평양시민들에게만 ‘만수대TV’와 ‘교육문화TV’가 방영되지만 여기서도 김 씨 일가에 대한 선전뿐이다.

당 기관지로 모든 계층이 다 보는 노동신문도 마찬가지이다. 6면 발행이 원칙으로 1면에는 김 씨 일가와 관련한 기사와 사설이 고정으로 들어간다. 2면에 외국에서 보내온 전문 등이 소개되고, 3면에 전국 각지의 산업과 경제 기사, 4면에 국내외 대표단의 활동과 문화 및 행사 소식이 실린다. 6면에서 한국의 실상 보도 및 통일 논조 등 대남 관련 기사와 국제뉴스로 채워진다.

노동신문 외에도 계층별, 분야별로 발행되는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도 있지만 한결같이 김 씨 일가에 대한 복종을 강조하고, 공산주의 교양을 주입시키는 내용이다.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8월1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 관련 특집 사진을 게재했다./사진=연합뉴스
이렇게 북한의 방송과 신문이 한결같은 수 있는 것은 대대로 김 씨 최고 지도자가 직접 검열을 지시하고, 프로그램과 지시를 직접 비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의 방송 프로그램은 당 선전선동부 산하에 있는 조선중앙방송위원회가 관장하고 있다. 매 시각 프로그램을 미리 짜서 김정일의 비준까지 받았다고 하니 지금 김정은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씨 일가의 입맛에 딱 맞게 글을 잘 쓰다보면 승승장구해 벼락출세하는 일도 생긴다. 노동신문 기자로 시작해 논설위원을 하면서 김정일의 눈에 들어 중앙방송위원회 위원장을 8년간 맡고, 중앙당 선전선동부장 자리까지 올랐던 정하철이 대표적이다.

정하철은 한때 ‘북한의 괴벨스’라고 불린 김기남 당 비서와 경쟁하다가 종파 혐의를 받고 숙청당했다. 단지 자기파를 형성하려고 한 죄목으로 평안남도 18호 관리소로 추방된 정하철이 정말 김정일처럼 권력을 즐겼는지, 아니면 자신의 조직을 잘 이끌기 위해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가 억울하게 몰렸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김 씨 외 다른 종파 형성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온 김정일이 보기에 정하철은 본연의 임무를 크게 거스른 셈이 된다.

독재는 언론 장악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처럼 북한 방송과 신문이 오로지 김 씨 일가만 따르고 칭송하는 내용만 보도하는 한 김정은이 아무리 고아원과 요양원을 잘 짓는다 하더라도 북한을 정상적인 사회로 볼 수 없다.

이렇다보니 북한 주민들도 TV 시청에 흥미를 잃은 지 오래됐다. 대신 걸리면 처벌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이를 단속해야 할 보안부를 중심으로 간부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고, 심지어 군대 내에도 많이 유포되고 있다고 하니 영화를 복제해 팔았다가 공개 총살당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