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종·직종 한해 노사 요청 시 연장근로 보완방안 논의
주 52시간제 애로 경험 사업주, 14.5%… 고용부 "방치할 수 없어"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 현행 주 52시간 근로 체계를 유지하면서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사실상 '주 69시간제' 폐기 수순에 돌입했다.

   
▲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와 향후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방안은 현행 주 52시간제 틀을 유지하면서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게 골자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 3월 6일 연장근로 단위 기간을 현행 주 외에도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유연화해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개편안을 보완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고용부는 지난 6~8월 근로자 3839명, 사업주 976명, 국민 1215명 등 총 6030명을 대상으로 방문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노사 정책 수요조사와 국민 인식조사로 구분해 실시했으며,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리서치에서 수행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행 주 52시간제(법정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에 대해 국민 48.2%가 '장시간 근로 해소에 도움이 됐다'고 답하며 상당 부분 정착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긍정적 반응이 우세했다. 근로자 41.4%, 사업주 38.2%, 국민 46.4%가 동의한다고 응답해 비동의한다는 응답보다 10%p 이상 많았다. 특히 일부 업종·직종에 한정할 경우 동의와 비동의 응답 간 비율 차이는 더욱 컸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가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업종의 경우 제조업과 건설업, 직종의 경우 설치‧정비‧생산직, 보건‧의료직, 연구‧공학 기술직에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이 노사 모두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주 52시간제로 인해 어려움을 경험한 사업주는 14.5%에 불과하고, 주 52시간제 시행에 대해 긍정적 응답이 더 많은 점을 미뤄봤을 때 현행 제도 개선을 시행하는 이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성희 차관은 "전체 평균에서 14.5%로 얼마 안 되는 사업체라고 할 수 있지만, 어려움을 겪는 업체에게는 치명적인 것"이라며 "이러한 사업장을 방치할 순 없기 때문에 꼭 필요한 데는 제도 개선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제도 개선 방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사회적 대화를 요청하고 있고, 노사정도 이러한 정부 모습을 보고 사회적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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