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매출액 5900만원…일각에선 ‘기획 상장’ 의혹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기술특례상장으로 지난 8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파두가 2분기 매출액 5900만원 등 기대치에 턱없이 미달하는 실적을 공시하며 시장 전체에 쇼크를 줬다. 최고가 대비 주가가 3분의 1 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물론 일각에선 ‘사기 상장’이라는 성토마저 나오는 형편이다. 금융당국은 기업공개(IPO) 과정의 위법성을 들여다보기로 했고, 신규상장 문턱을 높여야 한다는 견해도 함께 제기된다.

   
▲ 기술특례상장으로 지난 8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파두가 2분기 매출액 5900만원 등 기대치에 턱없이 미달하는 실적을 공시하며 시장 전체에 쇼크를 줬다. 사진은 상장 당시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기념식 모습./사진=한국거래소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조 단위 IPO로 증시 입성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파두의 실적 쇼크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회사는 올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180억원, 순손실 33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지난 9일 공시했다. 특히 지난 3분기에는 3억208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97.6% 감소한 수준이다.

심지어 2분기 매출액은 5900만원에 그쳤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충격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상장을 준비하면서 파두가 투자설명서에 제시했던 올해 실적 목표는 매출액 1203억원, 순이익 16억원이었다.

상장 당시부터 파두에 대해서는 고평가 논란이 많았다. 국내 첫 팹리스 계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라는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공모청약 흥행엔 실패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브로드컴, 마이크로칩, 맥스리니어 등 나스닥 상장 대형 기업들을 비교대상으로 정했다는 점이 빈축을 산 면도 있었다.

현실로 드러난 파두 실적의 실체는 나스닥과는 너무도 먼 괴리를 나타냈다. 도저히 상장 준비 과정에서 사측이 이 상황을 모를 수가 없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일각에선 ‘사기 상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실적이 발표된 지난 9일 주가는 하한가로 치달았고, 지난 10일에도 약 22% 추가 하락했다. 14일인 이날도 주가는 10% 가까이 추가 하락해 1만8000원 주변을 맴돌고 있다. 파두의 공모가는 3만1000원, 장중 최고가는 4만7100원이었다.

이번 문제의 파장은 단순히 파두 하나에서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융감독원은 파두가 지난 6월말 투자설명서를 제출할 당시 이른바 '매출 공백'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의사를 피력했다. 신고서를 제출할 당시 2분기 매출은 의무기재 사항은 아니었다. 만약 극단적인 실적부진 사실을 알고도 투자설명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면 자본시장법상 중요사실 기재 누락에 해당해 문제가 될 수 있다. 

파두의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이다. 이들은 투자설명서에 파두 기업실사를 지난 6월29일까지 했다고 기재했다. 이들의 경우 설령 2분기 매출 공백에 대해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기업분석에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9월 말 기준 파두의 소액주주 숫자는 10만5000여명에 달한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신규상장 문턱이 지나치게 낮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오던 차에 터진 문제라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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