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 청사 부지 인근 보행로 폐쇄 두고 중구-부영 공방
중구 "상인들과 꾸준히 소통"…부영 "일말 협의 없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서울 중구 부영빌딩 인근 소공동 행정복합청사 건립 과정에서 보행로 폐쇄를 두고 중구청과 부영그룹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중구청 측이 “적법한 절차와 협의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부영그룹 측은 “일말의 협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폐쇄를 통보받았으며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 서울 중구 부영빌딩 인근 소공동 행정복합청사 부지를 둘러싸고 도로 폐쇄와 관련한 안내문이 게재돼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준희 기자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구청은 지난 10일 소공동 행정복합청사 건립지 인근 보행로 폐쇄와 관련해 발표한 자료에서 “통행 제한은 주민과 시민 안전 확보를 위한 필수적 조치로서 예정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구는 1971년 준공된 소공동 주민센터를 신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소문구역 제11·12지구 재개발사업에 따른 기부채납으로 지상 11층 규모 행정복합청사를 부영빌딩 인근 서소문 공영주차장 부지에 건립한다.

이 과정에서 청사 부지 인근 보행로를 폐쇄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부영빌딩과 주변 상인들은 보행로가 폐쇄될 경우 통행이 제한돼 손님 유입량이 줄어 매출에 직격타를 맞을뿐더러, 대피로가 줄어 재난·재해 발생 시 부영빌딩 입주사 및 직원들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행로 폐쇄 결정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인 부영빌딩 및 상인들과 별도 소통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폐쇄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청은 오는 20일 행정복합청사 착공과 함께 보행로 폐쇄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중구청은 “부영과 인근 상인들이 문제 삼고 있는 통행 제한 예정지는 지목이 대지로, 인근 건물 배치상 관습적으로 보행로로 사용됐을 뿐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공공도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영빌딩 후문으로 통하는 유일한 보행로도 아니다”라며 “통행 제한을 해도 인근 통행로를 이용해 부영빌딩으로 출입이 얼마든지 가능하며 대피에도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소통 부재’에 대해서도 “지난 10월부터 행정복합청사 착공과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인근 상가 상인들과 꾸준히 면담하며 소통해왔다”고 주장했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안전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음에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이를 무시하고 나아가 공익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공사 연기 역시 주민과 상인 불편만 초래할 뿐으로 중구는 계획대로 안전하고 꼼꼼하게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영그룹은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부영그룹은 인근 상가 상인들과 소통해왔다는 중구청 측 주장에 대해 “부영빌딩 및 인근 상가 점포인들은 서울 중구 혹은 사업 시행자와 일말의 협의 과정 없이 공사 진행에 대한 통보 공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부영그룹은 지난달 19일자 사업 시행자 시빅센터피에프브이 주식회사로부터 받은 공문을 통해 소공동 복합청사 관련 공사가 11월 1일부터 진행 예정인 사실을 확인했으며 펜스 설치에 대한 통보를 받았다”며 “이전까지는 빌딩 바로 앞 부지가 행정복합청사로 개발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인근에 별도 통행로가 있어 대피에 지장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부영그룹은 34개 입주사, 6000명이 이용하고 있는 빌딩이며 특히 후문 출입구인 지하 1층은 식당가, 편의점 등 다중이용시설이 들어서 있다”며 “양방향이던 통행로가 일방향으로 막히게 되면 통로가 밀집돼 재난 상황에서 대피 시간과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반론했다.

아울러 “소방에서는 대피 상황 시 사람들이 몰리지 않게 인파 분산을 권고하는데 이 같은 행정 처사는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양 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보행로 폐쇄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는 하지 않고 민원을 제기한다는 이유로 공공기관에서 민간 기업을 특정해서 비난하는 일은 부적절하며 압력 행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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