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해 화끈한 출발을 했다. 예선 첫 경기에서 5골을 넣고 대승을 거뒀다.

위르겐 클리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싱가포르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조별리그 1차전 홈 경기에서 5-0으로 이겼다.

기분좋게 예선 스타트를 끊은 한국은 오는 21일 중국과 원정경기로 2차전을 치른다.

클린스만 감독은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55위로 한국(24위)보다 131계단이나 낮은 싱가포르를 상대하지만 첫 경기인 만큼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이강인, 황희찬, 조규성, 김민재 등 유럽 무대를 누비는 주축 선수들을 대부분 선발 출전시켰다.

   
▲ 조규셩이 선제골을 터뜨리자 손흥민이 달려와 품에 안기며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예상대로 한국이 처음부터 압도적으로 몰아붙였디. 싱가포르가 두 줄로 수비벽을 쌓으며 완전히 내려서자 한국의 최후방 수비 라인이 하프라인 위로 넘어갈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하지만 첫 골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손흥민의 프리킥 슛은 수비에 걸리고, 황인범의 중거리슛은 골문을 비껴갔다. 

전반 23분 이재성이 골을 넣었지만 선심의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왔다. TV 중계화면의 느린 그림으로는 온사이드였지만, 비디오판독(VAR)이 없어 아쉽게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어 이재성의 다이빙 헤더는 골키퍼의 감각적인 선방에 막혔다. 전반 34분 조규성이 완벽한 찬스에서 때린 강슛은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한국의 첫 골은 전반 44분에야 나왔다.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넘겨준 택배 크로스를 조규성이 달려들며 논스톱으로 밀어넣어 선제골을 뽑아냈다. 앞선 골대 불운을 날려버린 조규성의 골로 한국은 1-0 리드를 잡으며 전반을 마칠 수 있었다.

   
▲ 황희찬이 두번째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후반 들어 골 퍼레이드가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두번째 골도 출발은 이강인이었다. 이강인이 수비 두 명 사이를 뚫고 들어가며 흘린 볼을 조규성이 쫓아가 크로스했고, 황희찬이 문전에서 머리로 찍어 골문 안으로 넣었다.

후반 13분 한국에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싱가포르가 모처럼 한국 진영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문전으로 연결된 볼이 골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명확한 오프사이드였고, 득점은 인정되지 않았다.

   
▲ 손흥민이 한국의 세번째 곯을 넣은 후 설영우, 황인범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위기를 넘긴 한국이 다시 공세를 끌어올렸고, 손흥민이 전매특허 골을 터뜨렸다. 후반 18분 페널티박스 오른쪽 외곽에서 볼을 잡은 손흥민의 가운데로 드리블하다 왼발로 감아찬 슛이 골문 좌측 구석으로 그림같이 빨려들어갔다.

3-0으로 벌어지자 한국은 황의조, 정우영, 김진수를 동시에 교체 투입해 선수들의 활용 폭을 넓혔다. 

   
▲ 황의조가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키자 선수들이 한데 어울려 기뻐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후반 23분 설영우가 파울을 당하며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손흥민은 키커로 나서지 않고 황의조에게 양보했다. 황의조가 침착하게 정확한 슛으로 한국의 네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손흥민의 황의조 '기 살려주기'가 훈훈했다.

이후에도 한국의 매서운 공격은 계속됐다. 피날레는 막내 이강인이 장식했다. 후반 40분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훌러나온 볼을 멈춰세운 뒤 강력한 왼발 슛을 때렸다. 무회전으로 날아간 볼이 워낙 강력해 골키퍼가 몸을 날려봤지만 손에 닿지도 않고 골 네트에 꽂혔다.

   
▲ 이강인이 한국의 다섯번째 골을 성공시킨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은 골을 넣을 만한 유럽파 공격수 5명이 줄줄이 골 맛을 보며 5-0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환호성은 비 내리고 차가운 궂은 날씨에도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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