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부 김준희 기자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지난 2021년 불거졌던 이른바 '왕릉 아파트' 사태는 기자가 건설부동산 분야를 취재한 이래 관심 있게 지켜본 사안 중 하나였다.

구체적 내용은 많지만 요약하자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인근 문화재 보호구역 내에 건설사들이 허가 없이 아파트를 짓고 있으니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는 게 당시 논란의 골자였다.

이 명제만 놓고 봤을 땐 건설사들의 잘못이 명확해 보였다. '부동산'이 당시 경제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였던 상황에서 왕릉 아파트 이슈는 큰 주목을 받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올해, 왕릉 아파트 사태와 관련한 시공사 3곳은 문제를 제기했던 문화재청을 상대로 모두 승리를 거뒀다.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 취소 소송에서 대방건설과 대광이엔씨가 지난 8~9월, 제이에스글로벌이 이달 승소 판결을 받았다.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결국 건설사가 불법으로 건물을 올린 것이 아닌 행정 처리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판결에서 법원은 '문화재 반경 500m 내 역사문화환경지구에 높이 20m(약 7층) 이상 건물을 지으려면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해당 아파트 건설로 장릉 조망경관이 침해된다'는 등의 문화재청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기도 문화재 보호 조례에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범위를 주거지역 기준 문화재 외곽경계로부터 200m 이내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는 점, 지난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 시 장릉 전면 안산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 조망경관을 훼손하고 있다는 내용을 기재한 점 등이 법원의 판결 근거다.

즉 건설사들이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문화재청 허가를 받을 의무가 없었고 이로 인한 조망경관 훼손 가능성도 미미하다는 판정이다.

   
▲ 지난 2021년 김포 장릉 인근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공사 중이었던 아파트 건설현장./사진=문화재청

그간 '불법 무단 공사' 의혹으로 여론으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던 건설사들은 이번 판결로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다. 물론 문화재청이 선고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한 만큼 판결이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번 사태는 결국 문화재청의 느슨한 행정 처리 및 부실 관리에서 비롯된 사고라고 볼 수 있다. 

혹여 해당 구역에 아파트가 지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판단했다면 건물이 올라가기 전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했다. 건물이 20층 높이까지 올라간 뒤에야 뒤늦게 공사 중지를 명령하는 것은 결국 문화재 보호 및 훼손 책임을 건설사에 지우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문화재 보호'라는 명분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문화재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신이 담긴 소중한 유산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문화재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과 절차가 더욱 엄격해지고 체계적이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일례로 이번 사태 전개 과정에서 문화재청이 역사문화환경지구를 문화재 반경 500m 내로 규정한 2017년 강화 고시가 아파트가 지어진 인천시를 제외한 김포시에만 고지되는 등 문제가 있었다.

해당 구역이 문화재 보존지역임을 알리는 내용도 2017년 이후 4년 만인 2021년 국토교통부 토지이용계획원에 뒤늦게 등재되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문화재 보존과 관련한 규정과 절차가 획기적으로 개선돼 부디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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