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국민 기대 부합하는 수준" 요구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국내 은행들의 올해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이 44조원을 넘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을 계기로 이자수익에 기대고 있는 은행을 향한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거세지면서 은행들은 연내 상생금융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인 지원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2조원대에 이르는 상생금융안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개최한 금융위원장·금감원장-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차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금융지원대책방안 강구에 대해 당부했다./사진=금융위원회 제공.


21일 정치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횡재세 관련 법제화 논의를 시작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당론으로 정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횡재세 도입)'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직전 5년 평균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하자는 방안이 담겼다.

은행권 상생금융 지원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야당에서 추진중인 횡재세 도입을 감안할 때 대략 2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에 따르면 올해 은행권 부담금은 최대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횡재세 도입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국민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이자부담 경감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단기간 급격히 늘어난 이자부담 등으로 우리경제를 바닥에서부터 떠받쳐온 동네·골목상권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융권, 특히 은행권은 역대급 이익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금융권의 역대급 이자수익 증대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역대급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1~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44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3분기 이자이익은 14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000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 3분기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있으나, 대출 등 이자수익자산 증가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그는 횡재세와 관련해 "은행 나름대로 ESG 경영을 내걸고 사회공헌 노력을 추진해 왔지만, 금융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국회에서도 속칭 횡재세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으로서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해 유연하고 정교하게 대응해야 하는 금융산업에 대해 국회 입법 형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횡재세 도입은) 결국 우리 업계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있는 문제라 생각한다"며 "현재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이자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그동안 각 금융회사별로 상생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최근 국회에서는 산업의 근간을 흔들만큼 파격적인 횡재세 입법 논의까지 거론될 정도로 여론이 나빠진 상황"이라며 "다행히도 과거 어느때보다 우리 금융권이 양호한 건전성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업계 스스로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은행권은 이날 논의를 거쳐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공동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은행 자회사와의 추가 논의를 거쳐 국민들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세부적인 지원규모 등 최종방안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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