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전환 '과도기'…세계적 전동화 흐름엔 변화 없어
급격히 성장한 전기차 시장…"미흡했던 부분 보완할 기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한 풀 꺾였다는 이야기가 돈다. 2차 전지(배터리) 회사들도 증산 속도를 조절한다는 소식도 나온다. 하지만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성장하고 있다. 잠시 주춤한 성장세는 이번 과도기를 거치면 다시 솟아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디어펜은 미래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전기차 분야(배터리·완성차)의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투자 계획을 수정하거나 투자금액을 낮추는 등 전동화 전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전동화 완급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2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새로 등록된 신차 13만7660대 중 전기차는 1만5445대로 전년 동기(1만9377) 대비 20.3% 감소했다. 직전 달인 9월에는 1만4183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2만38대) 대비 29.2% 덜 팔렸다.

   
▲ 전기차 충전소 휴게소. /사진=김상문 미디어펜 기자

세계적으로 전동화 전환 속도가 더뎌지면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전동화 전환 완급 조절에 나서고 있지만 현대자동차는 오히려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는 등 투자를 확대하면서 대비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의 인기가 주춤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전동화 전환'이라는 큰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전기차 수요의 부진 현상은 전동화로 가는 과도기 단계라고 분석했다. 또 이 시기를 되려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앞서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봤다. 다만 다시 전기차의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적 받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GM·포드·폭스바겐, 전동화 완급 조절 

성장세가 주춤하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 계획을 수정하거나 투자액을 낮추는 등 전동화 전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 GM은 지난해 중반부터 내년 중반까지 2년간 40만 대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폐기했다. 폴 제이컵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기차에 대한 시장의 수요 둔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GM은  미시간주(州)에 건설하기로 했던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도 1년 연기했다. 디트로이트 외곽 오리온에서 내년부터 쉐보레 실버라도, GMC 시에라 전기차 모델을 등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은 2025년으로 변경했다. GM은 전기차 공장 가동 시점 연기 배경에 대해 "전기차 수요변화에 맞춰 효율적으로 현금을 관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전기차 판매 목표를 기존 60만 대에서 40만 대로 낮추고, 60만 대 판매 목표를 내년 말로 연기했다. 또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기존에 계획했던 50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투자액 가운데 120억 달러의 지출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SK온과 미국 켄터키주에 짓기로 한 2공장 가동도 연기됐다.

존 로러 포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는 있지만, 예상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진행 중이다. 엄청난 가격 하락에 따라 새로운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능력에 대한 투자계획 중 일부를 연기하게 됐다"며 "많은 경쟁업체와 마찬가지로 포드도 가격과 수익성, 전기차 수요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은 2026년 독일에 설립하기로 한 전기차 전용 공장 계획을 철회했다. 또 동유럽에서 추진해 온 네 번째 배터리 생산 공장 설립 계획도 연기했다. 테슬라는 멕시코에 지으려던 기가팩토리의 착공 시점을 기존보다 늦출지 검토 중이다.


◇ 현대차, 뚝심 있는 마이웨이…글로벌 톱3 노린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전동화 전환이 대세라는 판단 아래 글로벌 전동화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3일 울산공장 내 전기차(EV) 신공장 부지에서 울산 EV 전용 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글로벌 업체들이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늦추는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이날 기공식이 끝난 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기존에 해왔던 투자고 코스트(비용) 절감이나 이런 여러 가지 방법도 있겠지만 큰 틀에서 어차피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전기차 시장 수요 감소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을 암시했다.

   
▲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지난 13일 열린 울산 EV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의 울산 EV 전용 공장은 54만8000㎡(약 16만6000평) 부지에 연간 20만 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약 2조 원이 신규 투자되며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인 건설에 착수해 2025년 완공 예정이다. 2026년 1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가며,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초대형 SUV 전기차 모델이 신설 공장에서 처음 생산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울산공장을 전동화 시대 모빌리티 생산의 허브로 탈바꿈하고 글로벌 전기차 선도 업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기반으로 2030년 전 세계에 전기차 360만 대를 팔아 글로벌 판매 톱3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에도 전기차 투자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달 올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시장이 얼리어답터에서 일반 소비자로 가는 과정의 제약이 있지만, 미국 공장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을 받는 측면에서 의사 결정을 빠르게 진행하는 만큼 2024년 하반기 양산 일정을 늦출 계획은 없다"면서 "잠깐의 허들(장애물)이 있어도 전기차 시장은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생산 기일이나 개발을 늦추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 현지 전기차 전용 공장(HMGMA) 가동을 2025년에서 2024년 말로 앞당겨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공식을 개최해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HMGMA에서 연 30만 대 전기차를 생산해 IRA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 경쟁업체 속도 조절…"시장 선점 좋은 기회"

전 세계가 탄소중립에 강력한 의지를 갖추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한 만큼 허점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숨 고르기 단계'에서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미 업계에서는 살 사람들은 다 샀기 때문에 소비자의 관심을 끌 만한 새로운 전기차나 정책이 나오기 전까지 수요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잠재적인 수요층이 존재하고 있다며 수요 회복을 위한 완성차업체들과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가격, 보조금, 충전 인프라, 전기차 화재 위험성 등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복합적인 요인 해결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 현대차 아이오닉 6./사진=현대차 제공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여전히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점,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 등 여러 가지 종합적인 이유로 전기차 수요가 주춤한 것"이라며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1차적으로 살 사람들은 다 샀다. 2차 진입자들을 다시 시장에 끌어들이는게 관건"이라며서 "그들에게는 가성비가 아주 중요한 요소다. 반값 전기차 등 소비자를 유혹할 만한 요소들이 많이 필요하다"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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