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채 하락과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 영향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하며 최저금리가 연 3%대의 주담대 상품이 나왔다. 은행채 금리가 최근 하락한 데다가 정부가 은행의 '이자이익'에 몰두한 영업행태를 비판하며 상생금융안 마련을 촉구한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하며 최저금리가 연 3%대의 주담대 상품이 나왔다./사진=김상문 기자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전날 기준 주담대 고정금리(5년 혼합형)는 연 3.86~6.177%로 집계됐다. 주담대 상품의 최저금리가 연 3%로 떨어진 것은 지난 9월 말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대출금리가 떨어진 것은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최근 낮아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4.8%까지 올랐던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전날 기준 4.2%대로 떨어졌다. 우리나라 은행채 금리는 미국 국채 금리의 영향을 받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둔화에 금리 인상 종료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지난달 5%를 돌파했던 미 국채가 연 4%대로 떨어졌다.

정부의 은행권을 향한 '이자장사' 눈총이 거세지면서 은행권에서도 금리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은행권은 지난달 당국의 가계대출 수요억제 요구에 따라 가산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금리를 인상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말 국무회의에서 이자수익에 기댄 은행권의 영업행태를 강도 높게 질타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1~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44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3분기 이자이익은 14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000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 3분기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있으나, 대출 등 이자수익자산 증가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에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서민·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줄 상생금융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현재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코로나 종료 이후 높아진 금리부담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주문했다. 은행권은 세부적인 지원 규모 등 최종방안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권 상생금융 지원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야당에서 추진중인 횡재세 도입을 감안할 때 대략 2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은행권 부담금은 최대 1조9000억원에 달한다. 민주당이 사실상 당론으로 정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직전 5년 평균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하자는 방안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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