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외화통장 등에 이어 '엔화 ETF' 매수세↑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투자전략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앞자리가 ‘8(100엔당 800원대)’인 동안이라도 틈틈이 환전해 두려고요. 어차피 일본 여행도 염두에 두고 있어서 겸사겸사 쌓아가는 중이에요.”

   
▲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지는 등 기록적인 엔저(低)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환차익을 노리고 엔화를 매수하는 움직임이 급격히 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4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요즘 매일 아침 주거래은행 어플에서 ‘엔화 환전’을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미리 개설해 둔 외화예금 통장에 원하는 금액만큼 엔화를 환전해 두는 간단한 방식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방법이 최근엔 꽤 유용한 재테크 수단으로 손꼽힌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지는 등 기록적인 엔저(低)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환차익을 노리고 엔화를 매수하는 움직임이 급격히 늘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투자자들은 엔화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 매수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 재구축에 나섰다.

23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대로 떨어지는 ‘역대급’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여행수요 못지않은 ‘외환수요’가 일고 있다. 현시점 원·엔 환율은 870원대까지 떨어져 있는데 이는 지난 2008년 이후 무려 15년 만이다. 

극심한 엔저는 무역수지나 여행수지 등에 악영향을 준다. 그러나 이를 기회로 포착한 투자자들도 존재한다. 기민한 투자자들은 이미 행동에 나섰는데, 대표적인 방식이 바로 A씨와 같은 환전 재테크다. 외환 가치 상승에 의한 차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기 때문에 가장 손쉬운 투자 스타일이다. 

은행들은 보통 환전시 거 금액의 1.5~1.75%를 환전 수수료로 부과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은행들이 수수료 할인 혜택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별 혜택을 비교해보면 얼마든지 수수료율을 줄일 수 있다.

은행들이 내놓은 외화예금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외화예금 계좌에 원화를 입금하면 엔화로 자동 환전된다.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도 받을 수 있다. 단, 예금금리는 없다.

좀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하려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은 ETF에 관심을 갖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엔화에 직접 투자하는 'TIGER 일본엔선물' ETF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연초 이후 개인투자자의 누적 순매수액은 지난 21일 기준 1238억원에 달한다. 작년 한 해 개인 순매수 규모(157억원)의 약 10배 수준이다.

이도선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운용팀 매니저는 "최근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8개월 연속 2%를 웃도는 등 향후 수익률곡선관리(YCC) 정책 수정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면서 "TIGER 일본엔선물 ETF는 국내에서 직접 엔화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ETF"라고 자부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엔저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로 모아진다. 엔화 가치의 근본적인 변수로는 역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을 꼽을 수 있다. Fed가 기준금리 인상기조를 종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때마다 엔화 가치가 위쪽으로 방향을 잡으려는 흐름은 지금도 관찰되고 있다. 최근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향후 수개월간 엔화 약세가 이어져 달러당 155엔까지 엔화 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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