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등 반 롯데정서 확산, 그룹 존립 위해 직접 나서
회견 모두 한국어로 소화했지만 일본식 억양·발음에 부정적 시선


[미디어펜=신진주 기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8일 만에 고개를 숙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첫마디다. 신 회장은 최근 그룹 경영권 분쟁 등과 관련 물의를 빛은 것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하려 180여명의 취재진 앞에 섰다.

   
▲ 신동빈 회장은 3일 일본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 후 취재진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미디어펜
국민 앞에 재차 고개를 숙인 이유는 롯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아서다. 벼랑 끝에 선 롯데의 심경을 대변했다.

지난 3일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세 차례 허리 숙여 사과했지만 반(反) 롯데정서는 막지 못했다. 현재 그룹 이미지 추락 단계를 넘어 롯데 제품 불매운동 등으로 확산되자 그룹의 존립을 위해 11일 그가 나섰다.

신동빈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이날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볼룸에 들어섰다. 이날 신 회장은 20여분간 진행된 회견 모두 한국어로 소화했다. 일본식 억양과 발음은 숨길 수 없었지만 또박또박 말하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그의 진심어린 사과에 맞춰 플래시 세례 역시 쏟아졌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게 항상 함께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로 많은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롯데에 대해 여러분께서 느끼신 실망과 우려는 모두 제 책임"이라면서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롯데 반정서 감정을 완화하기 위해 과감한 개혁을 선포한 그는 먼저 올 연말까지 현재 남아있는 순환출자의 80%를 해소할 것을 약속했다.

한국에서 90%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지만 지분이 낮은 일본에서 지배구조의 상위에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일본기업이라는 오해를 진화하기 위한 의중으로 분석된다.

이어 롯데호텔의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롯데호텔에 대한 일본 계열 회사의 지분구성을 축소할 방침을 밝혔다. 청년일자리를 포함한 고용확대, 사회공헌 등 국가경제와 사회에 대한 책임 역시 다짐했다.

특히 신 회장은 "롯데는 우리나라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한국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고 지난해 일본롯데에 대한 한국롯데의 배당금이 한국롯데 전체 영업이익의 1.1%에 불과하다"며 롯데의 국적 논란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

벼랑 끝에 선 롯데를 대표해 신동빈 회장이 진심어린 사과를 했지만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SNS 등 온라인에서는 제일 먼저 신 회장의 일본식 억양과 발음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트위터 아이디 cho******는 "신동빈 회장이 기자회견 하는데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못 알아 듣겠다"며 글을 남겼고, 아이디 cda***는 "한국말인지...일본말인지...", khj****는 "한국말도 잘 못하고 제대로 발음이 안 되네"라고 말했다.

아이디 jwm****는 "롯데 기자회견 봤더니 역시 신동빈도 발음이 영~ 전단력도 떨어지고 안 하니만 못 한거 아닌가. 일본기업 오명 과연 씻을 수 있을까?"라고 자신의 생각을 남겼다.

이외에도 "스미마셍~ 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사요나라", "이미 민중들은 롯데에 등을 돌렸다", "신동빈(회장)이 말하는 국민은 어느 나라 국민일까" 등의 부정적인 시선이 주를 이뤘다.

한 트위터 아이디 uad****는 "신동빈 회장님께 직언합니다. 롯데가 살아남으려면 매출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일어났으니 국민들에게 일정부분 갚아야합니다. 기자회견 내용처럼 그 진정성을 보여주세요. 어떤 방법으로든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세요"라고 말했다.

이같은 국민들의 반롯데 정서를 회복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다시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신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을 얼마나 빨리 투명하게 진행하는지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대국민 사과 여부를 놓고 핵심 측근들 간에 의견이 상당히 엇갈렸으나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의 위기상황을 절감하고 결단한 것이라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