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한 달째 혁신위...험지·불출마 요구에 지도부·중진 무반응 20일째
지도부 수용 혁신안은 '징계해제' 1건 뿐...인요한 '정식 안건' 최후 통첩
혁신위, 역할, 방향성 등 이견 보이며 내홍..."사실 아니다" 봉합 나서기도
[미디어펜=이희연 기자]당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총선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라는 파격 카드를 꺼내들며 속도감 있게 나아가던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희생' 권고가 나온지 20일째에도 지도부는 물론 중진 의원들 모두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혁신위의 역할과 방향성을 두고 내부 갈등까지 겹치면서 출범 한 달 만에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임명된 이후 이날까지 총 5개의 혁신안을 내놨다. 그러나 김기현 지도부가 받아들인 혁신안은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의 징계를 해제하는 1호안 뿐이다. 특히 당 지도부, 중진, 친윤 의원들을 향한 '2호 희생안'을 제안한 지 20일째 되는 이날까지 자신의 거취를 밝힌 의원은 아무도 없는 상태다.

혁신위는 다음 주 당에 지도부 등의 희생을 공식 안건으로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지난 23일 혁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나온 반응에 대해 굉장히 냉담을 갖고 있다"라며 "일주일의 시간을 주겠다"라고 최후 통첩을 날렸다. 그러면서 "다음 주 한두 번 온라인·오프라인 회의를 거쳐 당에 전달을 확실하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 김기현(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1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밝힌 만큼 혁신위가 '권고'가 아닌 '안건'으로 최고위 의결을 요구하면, 지도부 입장에서 이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김기현 당 대표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혁신위가 그동안 나름대로 의미있는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활동 결과를 잘 지켜보겠다"라는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다음주 쯤 공식 안건이 올라오기 전에 거취를 결단할 것이냐는 질문에는"좋은 의견들을 잘 참고하도록 하겠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주말 사이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에서 의정보고회를 여는 것이 사실상 혁신위의 요구를 거절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내 지역구이고 고향인데 울산에 가는 게 왜 화제가 되느냐"라고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24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김기현 대표가 처음에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1호안 뿐만 아니라 과감하게 2, 3호 안 등을 지도부가 적극 받아 들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혁신위가 이대로 끝난다면 혁신위를 만든 의미가 없지 않나. 받아 들이지도 않을 혁신안을 뭐하러 만들라고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혁신위의 방향성과 역할, 활동 기간 등을 두고 내부 갈등까지 일면서 혁신위가 출범 한 달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앞서 박소연·이젬마·임장미 혁신위원은 지난 23일 김경진 혁신위원으로부터 '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들었다며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서 사의를 표명했다"라고 했다. 

혁신위 갈등설이 외부에 알려지자 인 위원장은 해당 위원들이 사의 표명을 한 바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박소연, 이젬마, 임장미 혁신위원과 서울 모처에서 1시간 가량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 이후 국민의힘은 당 공식 채널을 통해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고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3명의 혁신위원과 인요한 위원장이 오늘 오찬을 하면서 확인한 바, 3명의 혁신위원이 사의 표명을 한 바가 없음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혁신위가 너무 정치를 모른다"라며 "이쯤해서 혁신위를 마무리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혁신위가 만든 안을 종합적으로 정리를 해서 최고위에 옮기고 최고위는 그걸 받아서 공관위원회라든가 총선기획단이라는가 하는데 넘겨서 좀 가다듬어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위가 당의 체질 개선이라든가 대통령한테 바른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등 당의 근간을 만드는 체질 개선을 위한 혁신이 아니라 사람 바꾸는 일에만 몰두를 했다"라며 "김기현 대표도 처음부터 혁신위의 역할에 대해 범위를 설정해 줘야 하는데 그냥 전권을 맡긴다고 하니까 이렇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도부, 중진, 친윤 험지 혹은 불출마 요구와 관련해서는 "물갈이라든가 사람을 물러나라는 얘기를 했을 때 실제 그 밑에는 엄청난 암초들이 있고 그것을 제거하는 데는 치밀한 작전이 필요한데 (혁신위가)그걸 모르는 것 같다. 괜히 이 사람 저 사람 건드리고 물러나라고 하면 그게 되겠나"라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