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난 4일 발생한 목함지뢰 폭발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파악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까지 북한 병사들이 DMZ 내에서 보여준 이상 징후들이 새삼 지적되고 있다.

북한군은 작년 말부터 10~20여명씩 몰려다니다가 일부가 MDL을 침범했다가 빠지는 이상 행동을 보인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일종의 훈련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결국 북한군의 기만전술이 실제로 성공한 셈이다.

북한군이 DMZ 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목함지뢰를 묻은 것이 맞다면 이는 엄연히 정전협정 위반이 된다.

목함지뢰가 북한이 매설해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는 먼저, 사고 지점이 강가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녹슬지도 않았고 송진 냄새가 나는 목함지뢰는 비교적 높은 지대에 파묻혀 있었던 만큼 최근에 매설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또 목함지뢰는 우리 수색대가 수색정찰을 할 때 철책을 따라 걷다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바로 그 위치에 파묻혀 있었다가 폭발했다. 북한이 우리 군 동향을 미리 파악해서 벌인 테러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말했듯이 DMZ 내에서 이상한 사건은 작년에만 5차례나 벌어졌던 ‘귀순벨 도망사건’도 있다. 1사단 DMZ 안 GP의 추진철책통로 전방 300미터와 500미터 지점에서 누군가가 귀순자 유도 벨을 누르고 사라졌는데 나중에 보니 안내 간판까지 뜯어놓은 일이 있었다.

당시 우리 군은 이런 소행을 북한군이 한 것으로 판단하고, “담력을 키우려는 의도”라는 분석까지 했지만 결국 이번 ‘지뢰 도발’을 위한 것이었다.

   
▲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난 4일 발생한 목함지뢰 폭발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파악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까지 북한 병사들이 DMZ 내에서 보여준 이상 징후들이 새삼 지적되고 있다./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이번 지뢰 도발을 통해 북한이 노릴 수 있는 것은 다양한 것으로 지적됐다.

첫째, 연평도 폭격사건 이후 도발한 지 일정한 시일이 흐른 만큼 또다시 천안함 사건처럼 누구의 소행인지 헷갈리는 도발을 통해 한국사회에 남남갈등을 조성하기 위한 술책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천안함 사건 때처럼 남한의 군이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높이기 위해 조작한 사건이라고 선전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둘째, 이번에 한국 정부와 군의 의지를 시험해보려는 의도도 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 군은 ‘북한군의 사소한 도발도 용서하지 않고 원점과 지휘부까지 소탕하겠다고 말해온 만큼 실제로 반응을 떠보려는 것이다.

셋째, 북한군 병사들이 DMZ를 통해 탈북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는 만큼 지뢰 폭발사건을 일으켜 탈북을 막으려는 의도일 수가 있다.

넷째, 김정은이 직접 신년사에서도 밝혔듯이 올해 광복과 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주민들의 어려운 생활을 개선시키겠다고 큰소리쳤으나 성과가 없자 주민들의 시선을 안보로 돌리는 동시에 남한 정부를 자극해서 지원을 노린 것이라는 판단도 가능하다.

지뢰 폭발사건 이후 우리 군은 11일 DMZ 안에서 공세적으로 적을 격멸하는 새로운 작전 개념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대표적으로 MDL을 넘는 북한군에 대해서는 이전의 ‘경고방송-경고사격-조준사격’으로 대응해왔던 수칙을 ‘조준사격’으로 단순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군은 ‘격멸작전 개념’을 극대화하도록 수색 장소와 시간을 불규칙적으로 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