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 반대…“찬반 투표함 색깔 구분해 공개, 인식부족 안타까워”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최근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 결과를 밝히면서 ‘반대투표율’을 공개했다. 지난 8월 선거법 개정 이후 변화된 모습을 선전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6일 치러진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서 도 인민회의 대의원후보 찬성률이 99.91%, 시 인민회의 대의원후보 찬성률은 99.87%였다고 28일 최종 결과를 보도했다. 이어 도 인민회의 선거의 경우 반대표가 0.09%, 시 인민회의 선거의 경우 반대표가 0.13% 나왔다고 전했다.

북한 선거에서 반대표가 나왔다는 보도는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과거 1956년 11월 인민회의선거 결과에서 100%에 미치지 못하는 찬성률이 나왔다고 관영매체가 보도한 적이 있을 정도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1960년대 이후 북한에서 지방인민회의 선거 결과를 보도하면서 100% 찬성율 보도만 있었다”며 “다만 그 이전인 1956년 11월 20일과 11월 27일자 인민회의선거 결과 보도에서 찬성이 99.73%, 99.89% 나온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북한이 8월 30일 각급 대의원선거법을 개정하고 이번 지방인민회의 선거가 처음 이뤄졌다. 이번에 반대표가 등장했다고 보도한 것은 지방선거와 관련해서 주권의 인민적 성격을 강화했다고 선전해온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했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26일 도·시·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일을 맞아 함경남도 제55호 선거구 제26호 분구 선거장에서 선거에 참가했다고 27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2023.11.27./사진=뉴스1

그러면서 “반대표 공개로 대중이 자기의사를 충분히 표명한 것처럼 보이려는 것이지만 실질적 선거권 보장과는 여전히 거리가 먼 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 선거 결과를 보도하면서 공개한 사진을 보면 초록색 테두리가 그려진 투표함과 빨간색 테두리가 그려진 투표함 두 개가 나란히 있는 선거장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찬성표함인 초록색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장면이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초록색함이 찬성표를 넣는 함인데, 이런 식으로 공개된 장소에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찬성표함과 반대표함을 놓고 공개투표를 하는 것은 자유로운 민주국가에서 볼 때 얼마나 이상한 모습으로 비춰질지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으로 그 자체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전 선거 과정은 하얀색 하나의 투표함 속에 찬성표는 그냥 넣고, 반대표는 기표소에 들어가서 선을 그은 뒤 투표함에 넣는 방식이었다. 
   
북한은 지난 8월 일부 선거구에 후보자 2명이 경쟁을 거쳐 최종 후보자 1명의 당락을 가리는 방식으로 선거법을 개정했다. 또 최종 후보자들과 유권자들이 만나는 자리도 마련하면서 인민이 선거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선전해 왔다.

하지만 북한 선거에선 여전히 반대표를 행사하려면 투표용지에 있는 후보자 이름에 선을 긋거나 공개된 반대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어야 하므로 비밀투표와 거리가 멀고, 공정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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