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정부 물가안정 기조 동참”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정부가 본격적인 물가 감시에 나선 가운데, 기업들이 마치 눈치를 살피듯 제품 가격인상을 발표했다가 철회하는 등 일관성 없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애초부터 가격인상 명분에 타당성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오뚜기 로우 슈거 케챂.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오뚜기 제공


2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다음달 1일부터 케첩(제품명 케챂) 등 주요 편의점 가격을 올리기로 하고 공문까지 보냈다가, 반나절 만에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가 가격인상을 계획했던 제품은 편의점 판매용 분말 카레와 분말 짜장, 3분 쇠고기카레·짜장, 토마토 케챂, 현미식초 등이다. 현미식초(4.8%)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들의 평균 인상폭은 10%대였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진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오뚜기는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 속에 민생 안정에 동참하고자 내린 결정”이라며 가격 인상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오뚜기가 정부 눈치를 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연초부터 정부가 주요 업체들을 직접 찾아 가격 안정화를 요청하고. 이달 들어서는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소집하해 각 부처 차관을 물가 책임관으로 하는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가동했다. 

기획재정부 홍두선 차관보는 지난 15일 소비자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꼼수·편법인상, 과도한 가격인상, 원가하락 요인의 미반영 등 소비자 관점에서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적극 목소리를 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26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식용유·마요네즈 등 소비자가 자주 찾는 주요 식품들이 원재료가격 하락에도 소비자가격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마요네즈는 1년 새 원재료가가 22.0% 내렸으나 소비자물가지수는 26.0% 상승했다.

이번 가격 인상 품목에 해당했던 케챂과 더불어 마요네즈도 오뚜기 대표 제품에 속한다. 오뚜기는 정부과 소비자가 물가에 민감한 시점에서 가격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도 올해 상반기 두 차례에 걸쳐 편의점 판매용 고추장과 조미료, 스팸 등의 가격 인상을 단행하려 했다가 번복하면서 ‘시도’에 그쳤다. 풀무원은 지난 2월 생수 제품 편의점 출고가를 평균 5.0% 인상하기로 했다가 취소했다.

올해 억눌린 가격 인상이 해가 바뀌면 터져 나올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실제로 빙과업계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정부 권고 등에 따라 잠시 가격 인상을 보류했으나, 하반기 결국 계획대로 진행했다. 롯데웰푸드의 경우 올해 7월 보류했던 아이스크림 인상을 지난 10월부터 적용했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가격인상 철회는 현재 시점에서 취소한다는 의미로 보는 게 맞다”며 “기업에서는 원재료 값 등 비용부담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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