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다음, 뉴스 검색 기본값서 1176개 언론사 배제 '감행'
언론의 자유·국민 선택권·공정한 경쟁 제한…오너리스크 때문?
인기협 "사주 구하기, 정권 입맛 맞춰"…민주 "수사 압박에 바꿔"
   
▲ 정치사회부 김규태 차장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전체 검색제휴 언론사 1322곳의 뉴스를 노출시키지 않고 146곳 CP(콘텐츠제휴 언론사)사 뉴스만 노출시킨 포털사이트 다음의 '뉴스검색 기본 설정 변경' 조치가 향후 인터넷신문사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반발을 낳으면서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지난 22일 카카오다음은 "이용자의 선호도를 충분히 고려하고 양질의 뉴스 소비 환경을 마련한다"며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전체 언론사와 CP사를 구분해 검색결과를 제공한 결과, CP사 기사 소비량이 전체 언론사 대비 22%p 더 많았고 이전보다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면서 CP사 검색 결과를 기본 값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러한 뉴스검색 기본 설정 변경이 언론사들과의 사전 논의 없이, 포털사이트 다음의 일방적인 조치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기본 검색 결과에서 언론사 1176곳이 배제됐다.

카카오다음의 '시장 지배적 지위'

카카오다음은 인터넷 뉴스 검색 분야에서 국내 2위의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다.

1984년부터 국민의 미디어 이용 행태를 분석해 온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올해 '2022 언론수용자 조사 보고서'를 내놓은 바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다음이 속한 '포털사이트'는 뉴스를 접하기 위해 국민이 가장 많이 이용한 매체(75.1%)다. 이 포털 중에서 사이트별 뉴스 이용 점유율을 살펴보면 네이버(66.7%)에 이어 카카오다음(18.8%)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6조에 따르면, 카카오다음은 분명 시장 지배적 지위다. 이번 검색 제한(기본 설정 변경) 조치는 공정거래법상 금지되어 있는 남용행위(상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는 행위)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시장지배적지위에 있는 카카오다음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사업자의 상품 또는 용역의 생산·공급·판매에 필수적인 요소의 사용 또는 접근을 거절·중단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 2022년 10월 24일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 서비스 장애와 관련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카카오다음은 전체 검색 설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따로 클릭할 수 있는 옵션을 넣었지만, 기본값 설정을 146곳 CP사 결과값으로 국한시킴으로써 나머지 1176곳의 뉴스 서비스 제공을 제한했다. 명백한 법 위반이다. 매번 '상생'을 외쳐왔지만 수차례 '갑질'을 해온 전례가 반복된 셈이다.

따로 클릭함으로써 전체 검색 설정으로 전환하는 옵션을 선택하는 이용자는 희소하다. 대부분의 이용자가 이를 의식하지 못하고, 카카오다음이 보여주는 CP사 검색 결과 안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언론사 1176곳과의 검색 제휴를 자의적으로 일방적으로 중단하는거나 마찬가지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이처럼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이 행위는 "일정한 거래분야의 경쟁이 감소하여 특정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의 의사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 수량, 품질, 그 밖의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초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뉴스 서비스라는 공론의 장을 제공하는 카카오다음이 대놓고 법을 위반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기본값 설정은 뉴스 이용자가 전체 검색으로 설정을 바꿔도 한달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카카오다음은 기본값 설정을 그렇게 해놨다.

카카오다음, 법 위반에 이어 위헌까지

이뿐 아니다. 카카오다음의 이번 조치는 궁극적으로 '위헌적'이라는 법조계 평가도 나온다.

헌법제37조에 따르면,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카카오다음의 이번과 같은 조치는 명백히 국민의 '뉴스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지만, 공공복리를 위하여 법률로써 제한한 것이 아니다. '기사의 소비량 격차'라는 자사의 자의적 판단을 배경으로, 독단적으로 감행한 것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인터넷신문사들과 사전 상의 없이 말이다.

사태는 위중하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지난 29일 비상총회를 열었고, 당장 12월 1일 가처분 소송 및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국지방신문협회 및 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해 직접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카카오다음, 대체 누구 눈치를 보나

카카오다음의 갑작스런 검색 설정 제한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일명 '오너리스크'와 관련한 정치권의 압박을 타개할 방안으로 이번 일을 저지른 것 아니냐는 의문이 짙어지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지난 24일 비판 성명을 통해 "지난 22일 검찰은 뉴스를 제공하는 모기업 카카오 사옥을 압수수색했는데, 이날 검색 사이트 다음이 갑작스럽게 뉴스 검색 기본값을 조정한 날"이라며 "카카오 사주 구하기, 정권의 입맛 맞추기가 아니냐는 합리적 의구심이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성명에서 "다음카카오의 자체적인 뉴스검색 결과 축소는 비판 언론의 노출을 줄이려는 권력의 이익과 부합한다"며 "권력과 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한국 검색서비스사업자의 추악한 민낯의 단면"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보당 또한 이날 논평에서 "윤석열 정권과 방통위가 다음과 네이버를 가짜뉴스 유통창구라고 매도하고 포털 옥죄기를 지속해온 것과 이번 조치는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며 "다음은 윤석열 정권과 방통위의 눈치만 볼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건강한 언론 생태계를 만드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2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다음이 창업자에 대한 수사에 압박을 느끼고, 정부 의향에 맞춰 바꾼 것"이라며 "기본 절차도 생략하고 사용자도 모르게 기본 값을 변경했다"고 꼬집었다.

한민수 대변인은 "선택권 차단 또는 선택권 통제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다음이 언론과 국민의 소통을 막고 통제하려는 윤석열 정부와 이동관 방통위에 휘둘리는 것이라면 국민 질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 카카오 로고가 전면 유리창에 박혀 있는 한 오피스 건물의 모습이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또한 지난 23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카카오다음이 검색 설정을 변경한 이유가 정부의 압박 때문'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는 것에 대해 "하늘에 맹세코 그렇게 하라고 한 적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박성중 의원은 "정부, 여당이 그렇게 하라고 한 적 없다"며 "다음이 CP언론사 위주로 뉴스설정을 기본값으로 해놓는 건 자기네 '가두리 양식장'으로 바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은 모든 언론에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야 되고 항상 열려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통령실이나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 정부부처에서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고 있다.

정부는 대체로 '다음 내부의 문제'라는게 기본적인 인식이지만, 메이저가 아닌 중소언론사들에 대한 검색 제한으로 이어지는 이번 조치의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어디까지 흘러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