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등 대기업 출신 전경련 경영자문단 '책사' 역할 톡톡 
쓴소리 마다않고 돌파구 제시…기업 경쟁력 강화 전략 전수 

   
▲ 미디어펜 자료사진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정부가 중소기업의 중요성과 역할을 재인식하면서 제도를 보완하거나 정책을 재정비하는데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기업에서도 중소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으며 사회적인 인식도 크게 변화하는 중이다.

산업구조 고도화 추세에 따라 국내 경제에서 중소기업의 역할과 비중이 중요하고 커지고 있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운영하는 제도나 인식이 여전히 낙후돼 있다는 시각이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국내 경제가 내수부진과 수출둔화의 이중고를 맞으면서 중소기업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경험 있는 멘토를 만나 어려운 경영환경을 이겨내고, 지금의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중소기업이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1999년 설립 이래 반도체용 IC소켓(기기용 접속장치)을 전문적으로 제조·생산하고 있는 마이크로컨텍솔루션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매년 신장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다. 2008년 코스닥 상장을 한 회사는 2013년 포브스 100대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강소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관련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며 위상을 높여가던 마이크로컨텍솔루션에게 어느 날 비상이 걸렸다. 경영지표상으로는 탄탄해 보일지 모르나 성장률이 업계의 평균을 밑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영자문단 남기재 자문위원의 일침이었다.

과거 LG그룹 등 대기업 계열사 요직을 두루 거친 남 위원은 이후 여러 중소기업의 신사업 진출과 신제품 개발을 성공시킨 장본인으로 지난해부터는 마이크로컨텍솔루션의 중장기 경영전략에 대한 자문을 맡아왔다. 그는 회사가 하루빨리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업계에서 서서히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등 속 깊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남 위원의 자문에 따라 마이크로컨텍솔루션은 대대적인 사업다각화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제품 기술력과 설비는 갖추고 있으나 사업실적이 부진한 BTK(모터 프로텍터 제조)를 인수한데 이어 AK이노텍(반도체 검사장비 제조) 인수에도 성공했다.

남 위원은 이 중 독자적 설비를 갖추고 있어 매출 향상의 가능성이 높은 BTK의 경우 설비의 효능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 표준목표를 재설정할 것을 자문했다. BTK는 올 연말까지 전년대비 40% 신장한 20억원 매출목표 달성이 예상되며, 사업이 보다 안정되면 내년에는 50억원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양승은 마이크로컨텍솔루션 대표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다각화 작업을 잘 마무리하고 안정화시켜 회사를 한국형 강소기업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 사회적기업 커피지아 홈페이지 캡처

2011년 창립한 커피지아는 커피 생두를 공정무역으로 수입해 직접 로스팅·가공해 커피 원두를 도소매로 판매하는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 사회적기업이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회사는 영리적인 이익 추구뿐 아니라 사회적 소외계층인 발달장애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목적 달성에도 힘쓰고 있다.

김희수 커피지아 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회사를 세웠다. 그러나 비즈니스 경험 부족으로 체계적으로 기업을 이끌어가데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인력과 전문성이 모두 부족한 상황인데다 특히 국내 커피시장의 경쟁 과열로 판로개척과 마케팅이 가장 큰 난제였다.

커피지아 역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새로운 판로 개척과 고객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전경련 경영자문단 김승시 자문위원을 만나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자문을 받고 있다.

김 위원은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 등 SK그룹에서 오랫동안 마케팅과 CS, 구매, 인사·노무분야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커피지아가 직면한 문제점을 분석했다. 그는 커피지아의 여러 사업 파트너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의사전달을 할 수 있도록 기존의 사업제안서를 수정·보완하도록 지도했다.

김 위원은 또한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커피지아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다른 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도록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는 등 체계적인 마케팅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주문했다.

특히 커피지아의 제품은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으나 브랜드 파워 면에서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B2C(Business to Customer)보다는 B2B(Business to Business) 전략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해 호텔이나 기업의 사내 커피숍 등에 납품할 것을 제안했다.

수많은 기업이 CSR(기업의 사회적책임)을 중요시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측면에서 커피지아는 타 업체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김 위원은 판단했다.

김 위원의 자문을 기반으로 커피지아는 새로운 사업제안서를 만들어 대기업 계열사를 대상으로 판촉활동을 벌였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국내 모 대기업의 사내 임직원용 카페테리아에 커피머신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커피를 독점 납품하는 방식으로 연간 1억원 규모의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이후 커피지아는 다른 대기업과 국내 특급호텔 등과도 납품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김 위원은 “커피지아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자기 공장에서 생두를 직접 로스팅하고 블렌딩하기 때문에 고객의 기호에 맞추어 제품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 소비자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커피와 소형머신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점,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윤리적 기업이라는 점에서 여타 경쟁업체와 차별화 되는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수익 창출이라는 한 마리 토끼도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장애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면서 “마케팅과 경영전략, 조직관리 등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경영자문단의 현장감 있는 자문을 통해 회사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는 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기업에서 체화된 경영자문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영에 좋은 길잡이로 작용하는 사례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새로운 시장과 경험에 목말라 있는 중소기업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영자문단은 오랜 시간 축적한 비즈니스 경험과 노하우를 여러 중소기업에 전수해 지난해에도 마케팅, 경영전략, 품질·생산성 향상 등 분야별로 중소기업의 경영혁신을 지원해 이들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